[책갈피속의 오늘]1963년 부분핵실험금지조약 체결

  • 입력 2005년 7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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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原子·atom).

물질을 이루는 기본적인 단위이자 화학원소의 특성을 잃지 않는 범위 안의 최소 미립자.

그 어원도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다’는 뜻의 그리스어 ‘atomos’.

그러나 인간은 그 작은 원자로부터 핵폭탄을 개발해냈다.

핵물리학자들 사이에 오랫동안 회자되는 농담 중 하나.

“조물주는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핵폭탄 개발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인간이 그 (개발) 원리를 찾을 수 없도록 가장 작은 원자 안에 숨겨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이런 의도를 따르지 않았고 1945년 7월 미국에서 첫 핵폭탄 실험이 성공했다. 마치 성경에서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조물주의 경고를 무시한 것처럼.

1963년 7월 25일은 인류가 핵폭탄 개발의 원죄를 처음 각성한 날로 기록될 만하다. 핵보유국인 미국, 소련(현 러시아), 영국이 ‘지상과 대기권, 수중에서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부분핵실험금지조약(PTBT)을 체결한 날이다.

같은 달 26일자 동아일보 사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외교 사상 가장 중대한 의의를 갖는 국제협정”이라고 평가했다.

이 협정은 지구의 수명도 연장시켰다. 미국 과학전문지인 ‘핵 과학자 회보’가 핵 위험성 경고용으로 발표해 온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를 ‘자정(종말) 12분 전’까지 돌려놓은 것. 이 시계는 1947년 ‘7분 전’에서 시작해 미소 냉전이 한층 고조된 1953년에는 ‘2분 전’까지 이르렀다. ‘12분 전’은 당시로는 역대 최고의 안전 시각.

그러나 이도 잠시뿐, 인간의 우매한 습관은 다시 반복됐다.

PTBT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지하 핵실험이 핵보유국 사이에서 무제한 실시됐고 핵폭발은 하지 않으면서 핵무기 성능을 시험하는 ‘임계치 이하 핵실험’이란 편법도 성행했다.

인류는 또다시 대오 각성했고 PTBT의 아들뻘인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어떤 종류, 어떤 목적의 핵실험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1996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다.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따먹은 죄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벌을 받았다. 핵폭탄 개발이란 원죄에 내려질 벌은 과연 무엇일까. 인류가 그 죗값을 치를 수는 있을까.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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