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과 ‘李·金후보’ 모두 告解해야

  • 입력 2005년 7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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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녹취록을 인용해 보도한 대로 1997년 대선 당시 삼성과 이회창, 김대중 씨 간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사실이라면 당사자들은 고백성사를 통해 전말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나, 당락(當落)을 떠나 대선에 출마했던 정치 지도자로서나 마땅히 져야 할 도덕적 책무일 것이다.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삼성 고위인사와 나눴다는 충격적인 대화 내용에 접하면서 국민은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홍 씨는 여당 후보였던 이 씨 측에 자신이 ‘돈 심부름’을 했던 정황, 이 후보와 전달창구를 협의한 사실, 이 후보 측으로부터 자금제공 요구를 받은 사례 등을 털어 놓았다. 그는 이 후보 측에 선거 전략까지 조언했다고 한다.

홍 씨는 또 야당 후보였던 김 씨를 찾아갔고, 김 씨로부터 봉투 하나를 받았다며 “스카치테이프로 봉한 것으로 보아 호의에 대한 감사 내용인 것 같다”고 했다. 이로 미루어 김 씨에게도 돈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홍 사장이 김 후보를 만나 거액의 정치자금을 줬다”고 한 천용택 국정원장(당시)의 1999년 발언과도 일치한다.

그렇다면 삼성도, 이 씨도, 김 씨도 입을 열어야 한다. 부인하거나 침묵할 단계는 아니다. 삼성은 관행대로 ‘보험’에 들었다고 할지 모르나 그것은 정경유착의 전형으로, 한국적 부패 고리의 핵심이었다. 문제의 돈은 ‘대가성 뇌물’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씨와 김 씨도 국민에게 진 부채(負債)를 이번 기회에 갚지 않으면 ‘역사의 신용불량자’로 영원히 남게 된다. 마지막 기회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부담 없는 위치에 있다. 마음만 먹으면 정치권에 검은 돈이 흘러드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을 뿌리 뽑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나라가 언제까지나 검은 돈의 유령에 발목 잡혀 과거와의 싸움만 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용기 있는 고백성사를 통해 나라를 ‘과거의 방’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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