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정부는 회담의 성공을 위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전력 200만 kW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중대 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선(先) 핵 포기, 후(後) 보상’의 원칙과 ‘동결 대 보상 동시 이행’의 원칙으로 평행선을 달려온 미국과 북한 간 입장 차이를 절충한 결과다. 북한이 이마저 거부하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더 멀어진다. 북-미 간 갈등은 위험 수위로 치닫게 되고, 최근 활발해진 남북 교류도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관계와 핵문제를 연계시키지 말 것을 남한에 요구해 왔다. 핵문제는 미국과 협상하면서 필요한 지원은 남한에서 얻어내겠다는 의도에서다. 22일 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중대 제안은 핵 포기의 동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는 상황을 잘못 읽은 데서 비롯된 헛된 희망일 뿐이다. 북한이 ‘중대 제안’을 거부하면 남한도 더 이상 경협을 추진할 명분을 갖기 어렵다.
북한은 핵 위협으로 남북관계까지 위험에 빠뜨릴 때 겪을 불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전력난과 식량난은 계속될 것이고, 최근 논의된 백두산·개성 관광은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이다. 개성공단의 장래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북한 당국은 올 들어 주민들에게 ‘고난의 행군’을 준비하라고 했다지만,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 스스로가 이번 회담을 ‘최후의 결판장’이라고 한 이상 선택은 분명하다. 핵을 포기하면 체제 안전과 경제적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반대로 핵 보유를 전제로 한 군축(軍縮) 등 무리한 주장을 고집하면 북한의 미래는 보장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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