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 상식이 안통하네…경기 바닥인데 주가 올라

  • 입력 2005년 7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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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의 주가 상승률은 아시아 국가 중 1위.’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아시아 10개국 중 8위.’

종합주가지수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상반기(1∼6월) 한국의 GDP 성장률은 2∼3%대로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주가는 급등하는데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증시를 떠나고 있다. 통상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주가와 금리가 함께 오르는 이상(異常)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전문가들은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 경기는 바닥, 주가는 기록 경신

지난주 종합주가지수는 1,074.22로 마감했다. 1994년 11월 이후 10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주가가 연말까지 1,200까지는 올라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았다.

반면 경제성장률 실적과 전망은 우울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상반기 국내 GDP 성장률이 3%를 간신히 넘고, 하반기에도 4%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으로도 3.8%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전략팀장은 “주가는 경제성장률보다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하이닉스반도체 등 주요 상장기업 실적에 좌우된다”면서 “이들은 대부분 내수보다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발행주식에 주가를 곱한 금액)은 전체 시가총액의 18%. 협력기업의 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전체 주가 등락에 미치는 영향은 30% 정도에 이른다.

‘내수침체-수출호조’라는 양극화 현상이 심할수록 성장률과 주가의 격차도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또 주가는 향후 경제상태를 반영하는 선행지표다. 경기가 안 좋더라도 개선될 조짐이 보이면 주가도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 주가는 오르고 개미들은 빠지고

이달 들어 주가는 1,018.02에서 1,074.22로 올랐다. 반면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이 판 주식은 산 주식보다 1조4490억 원어치(순매도)가 더 많았다. 최근 주가 상승은 주로 외국인투자가들이 주식을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다.

과거 주가가 1,000을 넘으면 ‘아줌마 부대’가 아기를 업고 증권사 객장에 나타나 예금통장을 내놓으면서 ‘아무 주식이나 사 달라’던 모습은 사라졌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일단 차익을 실현한다는 전술적 후퇴가 아니라 개인들이 아예 증시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요즘 같은 장세에서 개인들이 증시를 떠나는 것은 불가사의한 현상”이라면서 “1989년부터 16년간 1,000을 넘었다가 곧바로 반 토막 난 아픈 추억이 ‘학습효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금리와 주가가 함께 오른다?

시중금리와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은 한국과 미국에서 함께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표 시중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달 1일 3.95%에서 19일 4.22%까지 올랐다가 22일에는 4.03%로 다소 내렸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주가에는 악재(惡材)다.

그런데도 금리와 주가가 함께 오르는 것은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홍성국 팀장은 “전반적인 저금리 하에서는 경기회복 초기단계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면서 “최근 금리 상승은 하반기에 내수경기 회복 조짐이 보여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들이 투자할 곳을 찾고 있다는 신호이고 이는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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