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는 얼굴에서 개인적 차이가 가장 심한 부위이기에 개인을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되었고, 여기에서 自己(자기) 自身(자신)이라는 뜻이, 自由(자유)는 물론 自然(자연·스스로 그러함)의 뜻까지 생겼다. 그러자 원래의 ‘코’는 소리부인 비(줄 비)를 더해 鼻(코 비)로 분화했다. 중국인들이 자신을 가리킬 때 우리와는 달리 코에다 손가락을 갖다 대는 것도 이와 관련되어 있는 듯 보인다.
먼저, 코를 지칭한 경우이다. C(罪·허물 죄)는 코(自)를 형벌 칼(辛·신)로 자르던 형벌을 말한다. 또 얼(말뚝 얼)은 사람의 코(自) 높이로 세운 나무(木·목) 말뚝을 말했는데, 옛날 해시계나 과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둘째, 후각기관을 뜻하는 경우이다. 臭(냄새 취)는 글자 그대로 후각이 가장 발달해 있다는 개(犬·견)의 코(自)에서 이미지를 가져왔다. 臭는 원래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모든 냄새를 부르는 통칭이었으나, 한나라 이후 나쁜 냄새만을 뜻하게 되면서 香(향기 향)과 대칭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자 원래의 동사적 의미는 口(입 구)를 더한 嗅(냄새 맡을 후)로 분화했는데, 口는 냄새를 구분하기 위해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맛을 보는 이미지를 반영해 주고 있다.
셋째, 호흡기관을 뜻하는 경우이다. 息(숨 쉴 식)은 自와 心(마음 심)으로 이루어졌다. 폐와 코가 가장 주요한 호흡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심장(心)이 펄떡펄떡 뛰면서 거친 숨을 코(自)로 내몰아 쉬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내몰아 쉬는 숨(息)을 가라앉혀 쉬게(休·휴)하는 것이 休息이다. 또 皆(다 개)는 원래 比(견줄 비)와 自로 구성되어 숨(自)을 나란히(比) 함께 쉼을 말하며, 그렇게 하며 함께 사는 것을 偕(함께 해)라 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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