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심야외출-야식 잠 쫓아요

  • 입력 2005년 7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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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소식과 늘 함께 소개되는 강변 둔치의 익숙한 풍경. 그러나 한 차례 기분 전환에 그치지 않고 매일 밤 집 밖으로 나서다간 자칫 장기적인 수면장애를 얻을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열대야 소식과 늘 함께 소개되는 강변 둔치의 익숙한 풍경. 그러나 한 차례 기분 전환에 그치지 않고 매일 밤 집 밖으로 나서다간 자칫 장기적인 수면장애를 얻을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태양은 없다. 그러나 한낮 내내 지글지글 달궈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하염없이 열기를 내뿜는다. 올해도 변함없이 ‘깊은 밤의 열섬’에 꼼짝없이 갇힌 사람들. 눈만 감은 채 땀투성이 몸을 뒤척이다보면 어느새 슬그머니 날이 밝아온다. 정말, 그저 참는 수밖에 없는 걸까.

○ 수박은 잠 쫓는 장애물

먼저 은연중에 머릿속에 심어진 열대야에 대한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자. 늦은 밤 강변 둔치에 돗자리를 깔고 모여앉아 수박을 잘라 먹는 가족들, 빵빵한 냉방의 24시간 할인매장과 심야영화관을 찾는 사람들…. 익숙한 열대야의 풍경이지만 모두 잘못된 대응법이다.

열대야에 잠을 이루기가 힘든 것은 중추신경이 기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흥분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 이럴 때 조용히 집안에 머물면서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지 않고 ‘잠이 오지 않는다’며 외출을 반복하면 수면 리듬이 장기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수박도 열대야 숙면의 숨은 훼방꾼이다. 수박 과육에 풍부한 ‘시트룰린’ 성분은 요소 생성을 촉진해 이뇨작용을 일으킨다. 방광이 차면 중추신경이 자극을 받아 잠에서 깬다.

○ ‘배불러야 잠 잘 온다’는 편견을 버려야

야식배달사업도 ‘열대야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업종. 최근 주5일제 확대실시로 껑충 뛴 매상이 밤의 열기 덕분에 한 차례 더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건강하게 열대야를 극복하려면 한밤중에 야식을 즐기는 습관도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위장에 음식물이 남아 있으면 수축운동을 위한 자율신경 활성이 지속된다. 잠자리에 들기 약 3시간 전부터는 어떤 음식이든 배불리 먹거나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졸음이 온다’는 얘기가 있지만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 한밤의 과식은 위장장애도 부른다.

허기를 느낄 때는 우유 한 잔과 치즈 또는 바나나 한 쪽 정도가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밤이 돼 어두워지면 뇌의 시상하부에서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우유와 바나나에 많이 들어있는 ‘트립토판’ 성분이 그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 자려고 ‘노력’하면 역효과

덥다고 에어컨을 튼 채 잠이 들면 습도가 너무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쉽다. 1시간 이내로 틀고 실내에 식물 화분을 갖다 놓자. 보통 18∼20도를 최적의 수면 온도라고 하지만 이것은 사계절의 평균값. 우리 몸은 높은 온도에 서서히 적응하므로 여름밤 실내 온도는 25도 정도가 무난하다.

선풍기도 1시간 정도만 돌아가도록 타이머를 맞추고 벽 쪽을 향하게 해 바람을 간접적으로 쐬도록 한다. 공기의 흐름이 생기도록 창문은 열어 놓는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각성 호르몬이 분비된다. ‘몇 시간은 꼭 자야 한다’는 초조한 생각이 잠을 더 멀리 쫓아내는 것.

‘하루 8시간’은 평균치일 뿐 적절한 수면의 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낮에 5분 정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 있어도 졸리지 않는다면 밤사이 충분한 수면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수면클리닉 홍승봉 교수,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열대야 극복 숙면수칙▼

①낮잠은 30분 이내로 제한한다.

②운동은 취침 5∼6시간 전 가벼운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가 좋다.

③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한다.

④오후 7시 이후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⑤잠자리에서 잠이 오지 않으면 일어나 가벼운 내용의 책을 읽는다.

⑥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는 모시 시트를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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