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형제(兄弟)

  • 입력 2005년 7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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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란 묘한 관계다. 좋아하고 아끼면 서로 힘이 되고 ‘형제는 용감했다’는 미담을 낳는다. 그러나 권력이나 돈 때문에 틀어지면 앙심이 남보다 무섭다. 중국 위나라 조조(曹操)의 아들 조비는 동생 조식을 미워해 괴롭혔다. 조식의 재주를 시기한 형은 일곱 발짝을 뗄 동안 시를 짓도록 명한다. 어기면 죽을 판에 시가 나왔다. ‘콩깍지는 솥 밑에서 불타고, 같은 뿌리에서 난 콩은 솥 안에서 운다(煮豆燃豆기 豆在釜中泣·자두연두기 두재부중읍).’ 유명한 칠보시(七步詩)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아들 방원(芳遠)이 일으킨 피비린내 나는 ‘왕자의 난’도 있다. 배다른 동생 방석이 후계자로 책봉되자 칼을 빼든다. 중신(重臣)을 죽이고, 동생 방석과 방번을 죽인다. 태조는 화를 삭이지 못해 함흥으로 가 버린다. 아들 방원이 보낸 ‘사죄 사절’은 하나같이 변을 당해 ‘함흥차사’가 된다.

▷일본 고대사에서의 최대 반란도 형제의 왕권 다툼이다. 672년 덴지(天智)왕이 장남에게 권좌를 물려주려 하자 동생인 오아마(大海人)가 병사를 일으켜 덴무(天武)왕이 된다. 12세기 무사정치를 연 유명한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賴朝)도 동생 요시쓰네(義經)와 손잡고 정적(政敵)을 소탕한 뒤에는 동생을 무자비하게 짓밟아 없앤다.

▷‘형제가 다투었다가 화목하게 되는 것은 요새(要塞)를 취하기보다 어렵다. 그 앙심은 성문의 빗장 같아 꺾이지 않는다.’ 성서의 잠언은 2000년 전의 형제관계를 시사한다. 수년 전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씨의 말년과 작고 후 아들 형제들이 보인 이판사판의 갈등도 ‘왕자의 난’으로 불렸다. 이번에는 두산그룹의 형제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 그룹 회장에서 밀려난 박용오 씨가 동생인 박용성 신임 회장의 ‘비자금’에 대해 검찰에 투서를 했다. 그러자 박용곤 명예회장 등 형제들이 박용오 씨를 그룹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자식농사 잘 지은 기업으로 부러움의 대상이던 두산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제 상쟁’은 ‘형제 무상(無常)’을 느끼게 한다.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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