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몸 이야기]<3>보기 민망한 타이츠

  • 입력 2005년 7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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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무용수들은 왜 몸에 딱 붙는 타이츠를 입는 걸까? 그리고 ‘거시기’는 왜 유난히 크고 도드라져 보일까?

요즘은 군살 없이 매끈한 남성 무용수의 몸매에 열광하는 여성 팬도 많지만,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민망해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심지어 일부 남성들은 “남자 무용수의 불룩한 ‘그곳’을 보는 게 불편하다”고까지 말한다.

클래식 발레의 경우 대부분 남성 무용수는 상체에는 무대 의상을 입지만 하체에는 몸에 착 달라붙는 타이츠만 입는다. 바지를 입고 나오는 작품은 ‘해적’과 ‘라 바야데르’ 정도일 뿐. 발레는 ‘선’의 예술인 만큼 공중 도약이나 회전 시 남성 무용수들의 몸의 선을 잘 드러내 보여 주기 위해서다.

팬티 자국이 전혀 없는 남성 무용수들의 엉덩이를 보면 타이츠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은 팬티 대신 ‘서포트(Support)’를 착용한다. ‘댄스 벨트(Dance Belt)’라고도 불리는 ‘서포트’는 남성 ‘T팬티’와 흡사하다.

서울발레시어터의 김병훈 씨는 “‘서포트’는 마치 안 입은 것처럼 보이도록 엉덩이 부분은 가느다란 끈으로만 돼 있어 오래 착용하고 있으면 아프고 고통스럽다”며 “공연이 끝나자마자 서포트부터 벗는다”고 말한다.

T팬티와 ‘서포트’의 가장 큰 차이는 앞부분. 얇은 면으로 된 일반 팬티와 달리 ‘서포트’는 ‘그곳’을 가려 주는 부분이 두툼한 면 소재로 불룩하게 삼중 처리돼 있다. 발레리노들의 ‘그곳’이 커 보이는 것도 이 때문. 물론 ‘서포트’도 일반 속옷과 마찬가지로 S, M, L, XL 등 사이즈가 있다.

‘서포트’를 입는 이유는 두 가지. 유니버설 발레단 주역 무용수 엄재용 씨는 “‘그곳’을 보호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움직임 방지’ 목적이 더 크다. 댄스 벨트를 하지 않을 경우 다리를 벌려 높게 뛰어오르거나 할 경우 ‘그곳’이 허벅지 위쪽에 닿아 아프고 신경 쓰이기 때문에 ‘고정’시키는 차원에서 입는다”고 설명했다.

남성 무용수들이 가장 의식하는 신체 부위는 정작 ‘그곳’이 아닌 허벅지와 다리 길이. 이른바 ‘승마 바지 근육’이 붙은 불룩 튀어나온 허벅지가 아닌, 매끈하면서 곧게 뻗은 허벅지가 이상적이다. 이 때문에 굵은 허벅지를 가진 남성 무용수는 무대 위에서 조금이라도 더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흰색 타이츠 대신 검은색 타이츠를 입는다.

발레에서는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키 작고 다리 짧은 남성 무용수는 주역이 될 수 없을 만큼 타고난 신체 조건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발끝으로 서는 발레리나보다 발레리노의 다리가 더 길어야 보기 좋기 때문에 ‘다리 길이’는 남성 무용수 최대의 고민거리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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