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洪석현씨 ‘충격적 행적’ 사실인가

  • 입력 2005년 7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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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주미대사가 중앙일보 사장 시절이던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했다는 활동에 관한 MBC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다. 어제 MBC는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며 그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홍 사장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에 삼성그룹이 제공한 자금의 ‘돈 심부름’을 했으며, 이 후보를 만나 돈을 전달할 상대를 누구로 할 것인지도 합의했다.

홍 씨는 또 여야를 넘나들며 ‘이중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에게 자금을 전달하고는 김 후보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아 삼성 측에 배달했으며, 이 후보에게는 “노조와 호남에 아무리 아부해도 안 되니 보수 편에 서라”고 선거 전략까지 충고했다고 한다.

MBC가 인용 보도한 문건 내용대로라면 홍 씨의 정치곡예(曲藝) 행적은 언론사 최고책임자의 모습이라기보다는 타락한 정상배(政商輩)의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정도(正道)를 얘기할 것도 없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일탈(逸脫)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그를 주미대사로 기용한 정부에 대해서도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청와대가 그의 행적을 알고도 임명했다면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청와대의 해명대로 ‘몰랐다’면 부실 검증의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

홍 씨는 자신의 행적에 관해 “7, 8년 전의 일을 다 기억하느냐”며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큰 흐름에 맡긴다”고 ‘남의 말’ 하듯이 했다. 보도된 내용과 같은 엄청난 일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기억하지 못한다’고 반응하는 것은 그의 자질을 거듭 의심케 할 뿐이다. 그가 진실에 입각해 스스로 도덕성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막중한 주미대사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도를 통해 지난날의 정경유착 실체도 다시 드러났다. 불법 정치자금을 근절하고 정치권과 기업 간의 구태(舊態)를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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