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방학맞은 ‘시네마 키즈’ 환상의 나라로

  • 입력 2005년 7월 22일 0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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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스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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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올림포스 가디언▼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1980년대 ‘아기공룡 둘리’에 이어 한국 만화계의 염원인 ‘원 소스 멀티 유즈’(하나의 작품이 영화, 드라마, 캐릭터 상품 등으로 갈래를 치는 것)를 실현한 대표작이다. 만화는 2000년 이후 1200만 부 넘게 팔렸고 TV용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만화 속 캐릭터를 이용한 문방구 등 각종 대박 상품으로 이어졌다.

28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그리스 로마 신화-올림포스 가디언’은 이 신드롬의 결정판이다. 제작사에 수백만 명의 어린이 독자와 부모들이라는 잠재 관객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이제 그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을 내놓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좀 어려운 것 같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부인 암피트리테에게는 영웅이 되기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더 즐기는 아들 트리톤이 있다. 사악한 마법사 에우리메돈이 포세이돈의 무기인 삼지창 트라이던트를 요구하며 암피트리테를 납치한다. 트리톤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트라이던트를 들고 어머니를 구하러 떠난다.

애니메이션 속 그림체는 참 좋다. 흔히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길 때 보이는 무성의함은 찾기 힘들다. 종이만화에서 눈에 거슬리던 보라, 초록, 분홍, 파랑 등의 색은 부드럽게 표현됐다. 귀여운 해마 ‘시드’나 조그만 요정 ‘헤르마’는 주인공의 길동무로서 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야기다. 사춘기에 접어든 트리톤이 모험을 거치며 성장해 부모와 화해해야 할 드라마에 성장과 모험은 쑥 빠지고 ‘마징가Z’류의 전투만 남아, 허술한 구성에 고개가 자꾸 갸우뚱거려진다. 어린이 관객의 눈높이를 너무 만만히 본 것 같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샤크보이와 라바걸의 모험 3D▼

사진 제공 영화공간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상상력은 정말 오지랖도 넓다. ‘씬 시티’나 ‘황혼에서 새벽까지’같이 어둡고 엽기적인 상상력이 빛나는 성인영화를 만든 그가 우스꽝스럽게도 오른쪽은 파란색, 왼쪽은 빨간색 렌즈를 끼고 스크린을 들여다보는 어린이용 입체영화를 만들었다니. 하긴, 그는 어린이용 SF 액션 영화 ‘스파이키드 1, 2’와 입체영화 버전인 ‘스파이키드 3D’를 인내력 있게 만들어온 인물이기도 하다.

방학을 맞아 22일 개봉된 ‘샤크보이와 라바걸의 모험 3D’는 ‘상어소년과 화산소녀의 모험’이란 뜻의 ‘유치찬란한’ 제목에서 눈치 챌 수 있듯 아이들의 눈높이로 내려왔다. 소심한 10세 소년이 악당을 물리치고, 무술의 황제인 상어소년과 변신의 여왕인 화산소녀가 소년을 돕고, 담임교사가 전기를 내뿜는 악당 두목으로 나오고,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녀석을 통쾌하게 혼내준다는 주인공의 꿈 속 설정은 또래 집단의 희망과 공포를 옮겨 놓은 것.

소년 맥스는 샤크보이와 라바걸을 만난다. 샤크보이는 잠수능력과 함께 강력한 이빨과 지느러미를 가졌고, 라바걸은 손에 닿는 모든 걸 녹여버리는 신기한 능력을 가졌다. 라바걸의 고향별이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맥스는 이 행성을 구하기 위해 샤크보이 라바걸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가라데 주니어 챔피언 출신과 ‘미국에서 가장 귀여운 아기’ 콘테스트 수상자 출신이 각각 난생 처음 연기한 ‘샤크보이’와 ‘라바걸’은 아니나 다를까 무표정하고 딱딱하다. 맥스 일행이 겪는 모험은 강렬한 비주얼에 비해 이야기의 굴곡이 없어 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어른들은 졸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입체영화를 본다는 ‘경험’ 자체. 얼음의 성(城)까지 놓인 얼음다리를 주인공 일행이 위태롭게 건너가는 순간이 특히 그런 것처럼 이 영화는 어린이 관객에게 충분히 흥미진진하고 스릴 만점의 경험을 안겨 준다.

로드리게즈 감독은 그의 전작들이 대부분 그렇듯 연출 제작 각본 음악 촬영 편집의 1인 6역을 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한술 더 뜬다. ‘상어소년’이란 아이디어는 그와 수영장에서 ‘공포의 상어놀이’를 하던 아들이 착안한 것이며, 영화에 등장하는 ‘우유와 쿠키가 흐르는 강’이나 ‘초콜릿을 내뿜는 오토바이’도 아들의 아이디어란다. 심지어 주인공 이름 ‘맥스’는 아들의 이름이며, 공동제작자에 이름을 올린 엘리자베스 아벨란은 다름 아닌 로드리게즈 감독의 아내다. 이걸 명실상부한 ‘가족 영화’라고 하나….

영화를 보기 전 1회용 입체안경을 준다. 전체 관람 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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