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29>臣(신하 신)

  • 입력 2005년 7월 22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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臣은 가로로 된 자연스러운 눈과 달리 세워진 모습인데, 이는 머리를 숙인 채 위를 쳐다보는 눈으로 노예를 상징화했다. 갑골문에서 臣은 항복했거나 포로로 잡힌 남자 노예를 뜻하며, 왕실의 노예를 감독하는 노예의 우두머리를 지칭하기도 했다. 이로부터 臣에 신하의 뜻이 담겼고 군주제 시절 임금에게 자신을 낮추어 부르던 호칭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래서 臣은 目(눈 목)이나 見(볼 견)과 같이 눈을 그렸지만 ‘보다’는 의미보다는 굴복과 감시의 이미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

먼저 굴복의 의미가 담긴 글자로 臣, 宦(벼슬 환), 臧(착할 장) 등이 있다. 宦은 집(면·면) 속에 갇힌 눈(臣)을 그려 궁실의 제한된 공간 속에 갇혀 일하는 말단 관리, 즉 宦官(환관)을 말했다. 臧은 한쪽 눈(臣)이 창(戈·과)에 찔린 모습에 독음을 나타내는 장(나뭇조각 장)이 더해진 구조로, 반항 능력을 줄이기 위해 한쪽 눈을 뺀 남자 노예를 말했으며 고분고분한 노예라는 의미에서 ‘착하다’의 뜻이 나왔다.

둘째, 감시의 뜻을 가진 글자로 臨(임할 림), 監(볼 감), 覽(볼 람) 등이 있다. 臨은 원래 臣과 人(사람 인)과 品(물건 품)으로 이루어져 눈으로 물건을 ‘살피는’ 모습을 그렸고 이로부터 높은 곳에서 아래를 살피는, 監視(감시)와 다스림의 뜻이 나왔다. 監은 臨에서 品 대신 皿(그릇 명)이 들어갔다. 皿은 청동으로 만든 기물의 총칭인데 큰 그릇에 물을 담아 놓고 얼굴을 비추어 보던 모습에서 ‘보다’와 監視의 뜻이 나왔다. 여기서 파생된 鑑(鑒·거울 감)은 청동기를 뜻하는 金(쇠 금)을 더했고 覽은 원래 뜻을 강조하기 위해 見을 더해 분화한 글자들이다. 그렇다면 覽도 ‘보다’로 풀이되지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거나 감시의 의미가 들어 視와는 차이를 보인다.

나머지 臥(엎드릴 와)는 책상에 엎드려 머리를 숙인 사람(人)의 눈(臣)을 그려 ‘눕다’와 ‘자다’는 의미를 그렸다. 그래서 옛날에는 침대에 누워 자는 것을 寢(잠잘 침), 책상(궤·궤)에 엎드려 자는 것을 臥로 구분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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