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수탉이 ‘사정’ 없이 암탉 올라타는 이유는?
더보기

수탉이 ‘사정’ 없이 암탉 올라타는 이유는?

입력 2005-07-22 03:12수정 2009-10-01 12:51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수탉이 정자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암탉과 교미하는 이유가 밝혀졌다. 암탉이 다른 수탉과 새로운 짝짓기를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사진 제공 커런트 바이올로지

대부분 동물의 최대 목표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기 위한 생식활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짝짓기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수컷이 교미는 하되 정자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이런 ‘거짓 짝짓기’는 암컷의 입장에서 볼 때 아무런 이득이 없어 보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과 토마소 피자리 교수팀이 그 이유를 처음 제시해 과학전문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11일자 온라인판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아시아 남부지역이 원산지인 붉은 야생닭 암컷 11마리를 대상으로 생식기 입구에 마개를 씌웠다. 그러고는 수컷들 사이에 풀어놓고 교미를 시켰다. 수컷이 정자를 방출해도 암컷 생식기에 전달되지 않는 ‘거짓 짝짓기’를 실험적으로 유도한 것. 수컷이 실제로 정자를 방출하지 않는 순간을 포착하기 어려워 이런 대체 실험을 설계했다.

일반적으로 닭을 포함한 조류의 생식기는 별도로 독립된 기관으로 발달하지 않은 채 항문과 합쳐져 있다. 수컷의 경우 포유류의 음경에 해당하는 생식돌기가 항문 안쪽에 위치한다.

한국조류학회 박성근 이사는 “조류는 수컷이 암컷 위에 올라타 생식기를 맞댄 후 정액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짝짓기를 한다”며 “이때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흥미롭게도 ‘거짓 짝짓기’를 한 암탉은 일반 암탉에 비해 당장은 또 다른 수컷과 교미하는 행동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수컷으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지 않았는데도 진짜 교미를 한 것 같은 효과가 발휘된 것.

연구팀은 수컷의 ‘거짓 짝짓기’는 암컷이 다른 수컷과 교미하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결론지었다. 정자를 방출하지 않고 단순히 짝짓기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부권(父權)’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보통 동물의 암컷은 발정기에 이르면 여러 수컷과 교미를 한다. 이때 암컷 생식기 내부에서는 여러 수컷의 정자들이 먼저 난자에 도달하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박 이사는 “일부 곤충에서는 정자의 일부가 암컷 생식기의 입구를 아예 막아버려 다른 정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만드는 경우도 발견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다른 정자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독성 효소를 뿜어내는 정자도 있다.

연구팀은 “수컷이 정자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런 효소까지 만들어내려면 에너지가 적지 않게 소요된다”며 “수탉의 ‘거짓 짝짓기’ 행동은 자신의 배우자를 효율적으로 지키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한 결과”라고 밝혔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