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정은]중국 서부대개발 현장서 한국을 보니…

  • 입력 2005년 7월 22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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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라마칸.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뜻을 가진 중국 서부의 사막 이름이다.

타클라마칸으로 상징되는 불모의 땅, 중국 서부로 출장 간다고 했을 때 우려 섞인 충고가 쏟아졌다.

동료들 중에는 “가스총을 가져가라”거나 “화장실이 없을 테니 통치마를 활용하라”는 사람까지 있었다. “호텔에 휴지도 없다”며 “휴지를 5통쯤 사 가라”는 충고도 했다.

많은 사람에게 중국 서부는 치안과 생활환경이 엉망인 오지로 각인돼 있었다. ‘21세기 세계 최대 프로젝트’라는 중국의 서부대개발 취재는 아직 시기상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2주간의 취재를 거치면서 한국에서 품었던 선입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청두(成都)와 시안(西安), 충칭(重慶) 등 서부의 대도시에서는 뷰익과 푸조,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외제차가 속속 눈에 들어왔다. 통유리로 장식된 번듯한 현대식 고층빌딩들과 곳곳에서 마천루를 쌓아 올리는 크레인들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도심 번화가에는 멋지게 차려입은 남녀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활보했다. 컴퓨터가 1000대씩 놓인 PC방에는 동영상 채팅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취재 도중 만난 서부의 기업인들은 “머지않아 이곳이 제2의 상하이(上海)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들의 눈빛에는 동부의 경제력을 곧 따라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넘쳤다.

인터뷰에 응한 이공계 대학생들도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며 한결같이 눈을 반짝거렸다. 이들의 활약이 본격화되면 우리가 설 곳은 더 좁아질지도 모른다. 한 도시에서만 매년 7000명 이상 쏟아져 나온다는 석박사급 인재들은 그 규모만으로도 위협적이다.

출장을 마친 뒤 출입처인 국회로 돌아오니 연정(聯政)이니 권력구조니 하는 민생과는 무관한 소리들로 요란했다. 중국이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는 동쪽 해안에 이어 서쪽 내륙의 날개까지 서서히 펼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줄 틈도 없었다.

정쟁에 여념이 없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문득 한 중국인 교수의 말이 귓전을 맴돌았다.

“정부와 사회문제에 대한 불만이야 많다. 하지만 지금은 참는다. 경제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이정은 정치부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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