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마약조직 덫에 걸린 주부들…佛서 옥살이

  • 입력 2005년 7월 22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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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마약조직과 연계해 마약을 운반한 한국인 마약조직이 처음으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조영곤·曺永昆)는 1∼5월 국가정보원, 관세청 등과 함께 마약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137명을 적발해 76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히로뽕 등 마약류 65kg을 압수했다.

조모(38) 씨 등 한국인 5명은 남미 수리남에 체류하면서 국제 마약조직인 ‘칼리카르텔’ 등과 손을 잡고 가정주부 장모(35) 씨 등 한국인 10여 명을 운반책으로 이용해 유럽 등지로 100kg의 코카인을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코카인 100kg은 1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도매가로도 1000억 원대에 이른다.

조 씨 등은 국내에서 사무실을 차려 놓고 보석을 운반한다며 인터넷에 광고를 낸 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찾아온 주부 등에게 “보석을 운반해 주면 1인당 400만∼500만 원을 주겠다”고 속여 마약 운반책으로 활용했다.

이런 식으로 포섭된 운반책들 중 곽모(45) 씨 등 5명은 지난해 7월 남미의 가이아나에서 프랑스로 코카인 50kg을 운반하고도 적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정주부 장 씨와 박모(36) 씨는 지난해 10월 남미에서 유럽으로 코카인 37kg을 옮기다가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체포됐고, 3월에도 이모(40) 씨가 코카인 11.5kg을 페루에서 스페인을 거쳐 네덜란드로 반출하려다 페루 리마공항에서 검거됐다.

조영곤 부장은 “이번 사건은 내국인이 세계 최대 마약 조직인 칼리카르텔과 직접 연계해 내국인을 마약 운반책으로 활용하다가 적발된 최초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적발된 마약 사범 중에는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국경 지대의 마약 생산기지인 ‘황금의 초승달(Golden Crescent)’ 지역에서 생산된 아편을 국내에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란인 M(28) 씨와 한국인 애인 여모(40) 씨 등 2명도 포함돼 있다.

국내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외국의 사이트에 게시된 마약류 판매광고를 보고 히로뽕 등을 주문한 뒤 국제특급우편물로 위장해 마약류를 밀수입한 16명도 적발돼 이 중 10명이 구속됐다.

구속자 중에는 미국과 캐나다 출신 외국인 영어강사와 한국인 뮤지컬 음향감독 등이 포함됐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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