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모 재벌 '이상호 X파일' 보도 놓고 갈등

  • 입력 2005년 7월 21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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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와 모 재벌그룹이 일명 ‘이상호 X파일’의 보도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MBC는 97년 대선 당시 모 재벌그룹의 고위 임원과 중앙일간지 고위 인사와의 대선자금 지원논의를 도청한 녹음테이프가 담긴 ‘이상호 X파일’을 21일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녹음테이프에 등장하는 당사자들이 21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에 이 테이프와 관련해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내 방영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MBC 이상호 기자의 X파일에 대해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며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오늘 오후 5시면 법원의 결정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남부지법 민사수석부는 “오후 5시 심리를 열 계획이며 되도록이면 (뉴스데스크) 방송 시간인 오후 9시까지 결정을 하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MBC 보도국 관계자는 “이미 기사는 작성돼 있고 몇 가지 확인만 거치면 된다”며 “보도하기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소 3~4꼭지 많게는 5~6꼭지 분량으로 방영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했다. MBC는 테이프에 담긴 육성을 3~6분가량 공개하고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실명을 밝히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이 테이프에는 당시 대선자금과 관련해 한 정당으로부터 해당 재벌그룹에 수십억원에 이르는 자금 지원 요청이 들어왔고,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의논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이날 오전 10시 보도국 전 간부가 참석하는 회의에서 집중논의 끝에 ‘보도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며, 잇따라 열린 오후 2시의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MBC는 이상호 기자를 포함해 정치, 사회부 소속 기자 8명으로 특별취재팀을 구성했다.

MBC 이상호 기자는 이 사건을 약 7개월여 전부터 취재해왔으며 올해 초 미국에서 도청테이프를 입수했고, MBC는 논의 끝에 ‘법적책임 문제’등의 이유로 ‘방송불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MBC는 “지난 97년 대선 당시 안기부가 모 재벌그룹의 고위 인사와 중앙일간지 고위층 간 대선자금 지원을 논의한 도청테이프를 MBC가 입수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21일 나오자, 난상토론 끝에 보도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한편 ‘방송금지가처분신청서’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과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2명 명의로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신청서에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피신청인이 보도할 내용은 신청인들이 8년 전 식사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자연스럽게 나눴던 대선에 대한 여러 가지 전망과 의견, 주변에서 들은 각종 풍문 등으로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무차별 폭로성 보도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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