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1명이 수십명 지도 ‘수준별 맞춤교육’ 의문

  • 입력 2005년 7월 21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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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부총리
김진표 부총리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2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논술을 정식 교과과정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혀 올해 2학기부터 일선 고교에서 논술 교육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이번 여름방학에 논술 교사 연수를 강화하고 교육방송(EBS)의 논술 강의를 1000편가량으로 확대한 뒤 일선 고교에서 이를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 부총리가 논술을 정규교과에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논술 신설은 다른 교과와의 관계가 있어 간단치 않은 문제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현재 고교 2, 3학년 심화선택과목인 ‘독서’ ‘작문’ 시간에 논술을 지도하는 것이다.

고교생들은 국어 외에 독서 및 작문 과목을 주당 2시간씩 선택해 배울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 2, 3학년 80만여 명 가운데 독서는 26만 명, 작문은 20만 명이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고교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에 도움이 안 된다”며 이 시간에 자습을 시키거나 다른 과목을 가르치고 있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국어교사는 “작문 시간에는 수능 문제풀이를 하고 논술이 필요한 상위권 학생은 토요일에 외부 강사를 불러 과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편법 운영되는 교과 시간을 활용하면 별도의 논술 지도 연수를 받은 교사가 논술을 주당 4시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번 여름방학에 논술교사 214명을 교육할 예정이고 다른 시도교육청도 논술교사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11월에는 ‘논술 지도 자료’가 나올 예정이다.

교육부는 우선 2학기에는 방과 후 교육이나 자율 학습 시간에 EBS 논술 강의 및 교재를 활용해 논술 교육을 하도록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단순 논술 교육으로는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비할 수 없다”며 “또 교사 한두 명 연수시켜서 될 문제가 아니다”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논술 교육은 첨삭지도 등 ‘밀착 교육’이 효과적인데 교사가 수업 시간에 많은 학생을 일일이 개별지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논술 실시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은 얼마 안 되는데 모두 논술을 가르쳐야 하는지 의문이고 천차만별인 학생 수준에 맞는 교재를 개발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

서울 배화여고 서진숙(국어) 교사는 “논술은 다양한 독서, 토론 능력, 교과 지식이 갖춰져야 가능하다”며 “논술 지문의 70%가 다른 교과 내용 또는 영어 지문인데 ‘논술=국어교사’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여고 김인봉(국어) 교사는 “학교에서 기본 논술 강의는 가능하겠지만 대학에서 요구하는 논술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서울대 입시방향 옳다는 생각 불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소신이 꺾인 것 아닌가?”

“국민이 잘못 인식하는 부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2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 논란의 책임을 놓고 김진표 부총리와 토론자 간의 공방이 뜨거웠다. 김 부총리는 질문의 핵심을 벗어난 두루뭉술한 말솜씨로 예봉을 피해가기도 했다.

한 토론자는 “서울대 입시안 발표 이후 김 부총리가 ‘각 대학의 발표안이 진일보한 면이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가 대통령이 ‘나쁜 뉴스’라고 말한 뒤 입장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서울대 입시안의 방향이 옳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단지 논술 확대 부분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동요와 혼란이 있어 바로잡으려 한 것”이라고 피해나갔다.

하지만 이 답변은 곧바로 ‘발목’이 잡혔다. 그렇다면 서울대 입시안의 장점을 왜 당정협의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했느냐는 반격이 나왔다.

토론자는 “여당은 새 입시안 자료를 당일에야 받았다는데 교육부가 정확한 정보를 일찍 제공하지 않은 것 같다”고 몰아세웠다.

다른 토론자는 “3불(不) 정책 법제화에 대해 말을 바꾸는 등 일관성을 보이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3불 정책을 법제화할 필요는 없다는 게 취임 이후 지금까지의 소신이고 법제화하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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