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현장을 유리바닥으로 덮어…박물관 이색전시 관람객에 인기

  • 입력 2005년 7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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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 발굴 현장 위에 유리를 덮어 보존과 전시의 기능을 함께 살린 국립경주박물관 미술실.사진 제공 국립경주박물관
유적 발굴 현장 위에 유리를 덮어 보존과 전시의 기능을 함께 살린 국립경주박물관 미술실.사진 제공 국립경주박물관
“박물관 전시실 투명 바닥 아래가 실제 유적 발굴 현장이니 더욱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미술실에 들어서는 관람객들은 전시실 바닥을 보고 깜짝 놀란다. 유리 바닥 아래에 신라시대 수레와 발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유리 아래쪽은 2002년 발굴된 실제 신라 도로 유적. 박물관 옆 빈터에서 발견된 유적을 보호하면서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발굴 현장 위에 유리를 씌워 전시하는 색다른 기법을 도입한 것. 도로 위의 수레 바퀴 흔적을 살리고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신라 수레를 복원하고 발굴하는 사람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최근 국내 박물관에서 이처럼 유리 바닥을 이용한 전시 방식이 늘고 있다.

2002년 만들어진 경주박물관 미술실에 이어, 2004년 7월 개관한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지하의 은행사박물관은 입구 투명 바닥에 1920년대 이후 각종 통장, 환전판, 현금카드 등 300여 점을 깔아놓았다, 이달 초 재개장한 서울 중구 충정로 농업박물관은 삼국시대와 1970년대의 논밭을 만들고 그 위에 유리를 깔았다.

국내에서 이같은 전시 기법이 처음 거론된 것은 1996년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할 당시였다. 건물을 없애지 말고 그 자리의 땅을 파낸 뒤 건물을 그대로 땅 속으로 내려넣고 그 위를 유리로 덮어 씌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은행사박물관 송산 과장은 “관람객들이 처음엔 유리가 깨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당황스러워한다”며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뒹굴며 즐거워하고 어른들도 생생한 전시물을 내려다 보며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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