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7km고난의 행진끝 나를 만났다

  • 입력 2005년 7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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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대한민국 문화원정대’ 대원들이 19일 최종 골인 지점인 전남 목포시 유달경기장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장마와 무더위를 견디며 23일 동안 남해안 도로를 따라 707km를 걸은 끝에 원정의 대미를 장식했다. 사진 제공 엔씨소프트
‘2005 대한민국 문화원정대’ 대원들이 19일 최종 골인 지점인 전남 목포시 유달경기장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장마와 무더위를 견디며 23일 동안 남해안 도로를 따라 707km를 걸은 끝에 원정의 대미를 장식했다. 사진 제공 엔씨소프트
“해냈다!”

㈜엔씨소프트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사와 서울시가 후원하는 대학생 도보 국토순례단인 ‘2005 대한민국 문화원정대’의 종착지인 전남 목포시 유달경기장. 지난달 26일 오전 8시 경북 포항시 호미곶 해맞이광장을 출발해 23일 동안 남해안 도로를 따라 707km를 걸은 끝에 19일 해단식 장소인 유달경기장 입구를 들어서는 대원 121명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먹을 불끈 쥐고 함성을 지르며 성취의 기쁨을 토해냈다.

전국 79개 대학에서 모인 128명의 대학생이 원정을 시작했지만 7명이 도중에 포기할 정도로 힘든 여정이었다. 대원들은 10kg의 배낭을 짊어지고 매일 8∼10시간, 최대 32km의 고된 행군을 했다. 원정 기간의 절반은 비가 내렸고, 절반은 불볕 더위였다. 33도로 치솟았던 18일에는 여학생 7명이 탈진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그러나 도전을 마침내 이뤘을 때의 순간은 달콤했다. 대원들은 이번 원정의 가장 큰 소득으로 자신감과 성취감, 그리고 동료애를 꼽았다.

최윤지(21·여·영산대 영화영상학부) 씨는 “완주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살아오면서 끝을 못 내고 도중에 포기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어떤 일이든 끝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난 때문에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해 서울산업대 사회체육과에 편입하며 뒤늦게 대학생이 된 이승규(32) 씨는 “남들과 걸음의 속도를 맞춰야 하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동료와 함께한다는 것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는 삶의 기쁨을 깨친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고교 3학년 때까지 태권도 선수생활을 하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대학생이 됐다는 박수정(20·여·성균관대 법학과) 씨는 “평범한 것이 싫어 참가했는데 정말 도전의 연속이었다”며 “귀찮은 일도 해야 하고 불평할 일도 참아야 하는 공동생활을 통해 인간다움과 인내를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 문화원정대 대장을 맡은 산악인 박영석(42·골드윈코리아 이사) 씨는 해단식에서 “이제 세상을 가질 준비가 됐느냐”고 대원들에게 물은 뒤 “이번에 얻은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도전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목포=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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