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표 “聯政아닌 선거로 정권교체해야”

  • 입력 2005년 7월 19일 03시 03분


코멘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8일 대표 재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 강서구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취임 후 한동안 리더십 부재 등의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4·30 재·보선 승리를 견인하면서 확실한 당의 간판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는 평가다. 김동주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8일 대표 재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 강서구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취임 후 한동안 리더십 부재 등의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4·30 재·보선 승리를 견인하면서 확실한 당의 간판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는 평가다. 김동주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좀처럼 속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정치인이다.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속내를 알 수 없고, 부드러운 것 같지만 필요할 땐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박 대표는 국가보안법 유지에 사활을 걸면서도 상대적으로 온건한 대북관을 가졌다. 여당이 비수를 겨누면 맞서지 않고 피해 버린다. 맥이 빠지는 것은 오히려 공격하는 쪽이다.

그는 이런 식으로 당 대표 재취임 후 1년 만에 한나라당 내 비주류를 사실상 제압했다. 위상과 영향력이 하루가 다르게 견고해지고 있다. 패배주의에 빠졌던 당도 활기를 찾고 있다.

박 대표는 18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聯政) 제의에 대해 “연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선거를 치러 정권 교체를 해야 국민을 어려움 속에서 구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중·대선거구제로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현행제도 하에서) 국회에서 안정 의석을 확보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언급한 것이지만 중·대선거구제로 가면 다당제로 가게 되고 (정국이) 상당히 불안해진다”며 반대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이 부동산과 남북문제에 대한 정책 공조를 하자고 제의한 데 대해서는 “정책이라는 것은 서로 적당히 섞여서 이게 뭔지 모르게 나와서는 안 된다”고 거부했다.

또 ‘1인 1주택 소유제’ 입법 발의를 준비 중인 당내 홍준표(洪準杓) 의원에 대해서는 “이런 법까지 당론으로 낼 수는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날 박 대표의 회견에서는 자신감이 배어 나왔다. 4·30 재·보선 압승과 40%에 육박하는 당 지지율, 당 내 비주류의 퇴조가 자신감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朴대표를 읽는 3개 키워드▼

박근혜 대표의 ‘대중을 읽는 눈’은 탁월하다. 박 대표는 이날 간담회 자리에 ‘사랑의 전화’가 6일 결식아동 후원기금 조성을 위해 판매했던 주황색 고무 팔찌를 그대로 차고 나왔다. 그날 많은 당직자들이 박 대표와 함께 팔찌 착용식을 가졌지만 이날 간담회 자리에까지 팔찌를 차고 나온 사람은 없었다.

350개의 ‘대국민 약속 리스트’를 수첩에 적어 놓고 수시로 체크한다. 포장마차 아주머니, 시장 상인을 비롯해 자신이 직접 만난 사람과 약속했던 내용은 꼼꼼히 사후 진행 상황을 관리한다. 선거 때마다 위기에서 한나라당을 건져 내는 ‘잔다르크’ 역할은 이런 노력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내면의 자신감은 때로는 당직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고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설화(舌禍)에 휩싸인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을 몸을 던져 보호했고, 여의도연구소장에는 ‘당의 개혁을 주도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기춘(金淇春) 의원 임명을 관철시켰다.

박 대표의 이런 다면성 때문에 측근들조차도 ‘박 대표는 이렇다’고 정리해 내지 못한다. 그래서 박 대표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