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1등’ 꿈꾸지 마!…후발주자들 무서운 질주

  • 입력 2005년 7월 18일 0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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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제니칼’(한국로슈)은 지방의 체내 흡수를 억제하는 기능으로 비만치료제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같은 해 10월 후발 주자 ‘리덕틸’(한국애보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의약품판매 통계기관 IMS에 따르면 2002년 제니칼의 매출은 234억 원으로 리덕틸(166억 원)을 여유 있게 앞섰다.

그러나 이듬해 판세는 뒤집어졌다. 2003년 리덕틸이 222억 원어치가 팔리면서 146억 원에 그친 제니칼을 누른 것. 지난해 매출도 리덕틸(237억 원)이 제니칼(127억 원)을 크게 앞섰다.

비즈니스의 세계에 영원한 1등은 없다. 제품력과 마케팅으로 후발 주자들이 해당 업종 1등을 따라잡는 역전극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 1위 상품엔 특별한 것이 있다

2001년 등장한 프리미엄 샴푸 ‘엘라스틴’(LG생활건강)은 올해 1∼4월 130억 원의 매출을 올려 1위 ‘팬틴’(한국P&G)을 10억 원 차로 앞섰다. 세계 샴푸시장의 강자 팬틴에 토종 샴푸 엘라스틴이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한 것.

LG생활건강은 여성이 외출할 때 의상 못지않게 헤어스타일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회사 김현기 마케팅과장은 “스타일을 위해서는 건강한 머릿결이 우선인 만큼 화장품처럼 모발을 가꿔 준다는 점을 부각했다”고 말했다.

1997년 한국에 진출한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6년 만인 2003년 TGI프라이데이스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아웃백은 점심시간 때 40% 할인해 주는 ‘런치세트’를 처음 도입하고 식사 전에 버터를 발라 먹는 빵(일명 부시맨 빵)을 무제한 제공하는 독특한 마케팅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 소비자 욕구 파악이 지름길

‘비타500’(광동제약)은 40여 년간 드링크시장을 장악한 ‘박카스’(동아제약)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4월 이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 중이다.

박카스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비타민 드링크제로 약국에서만 팔 수 있다. 비타500은 혼합음료라는 개념으로 일반의약품이 아닌 의약외품으로 허가를 받아 동네슈퍼, 할인점, 편의점 등 판매처가 다양한 덕에 판매량이 빠르게 늘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주간 방문자 수 1951만 명으로 ‘다음’을 20만여 명 차로 누른 이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2년 10월부터 누리꾼(네티즌)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좋은 반응을 얻은 덕이 크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순화 선임연구원은 “젊은 층이 주고객인 상품일수록 마케팅이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시장에서는 변화하는 소비자 욕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이 선두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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