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휴대전화로… 홈쇼핑, 유비쿼터스 시대로 간다

  • 입력 2005년 7월 18일 0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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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무로 된 뻐꾸기시계 사세요.” 1995년 8월 1일 홈쇼핑업체 39쇼핑(현 CJ홈쇼핑)의 개국 첫 방송. 쇼핑호스트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소개하고 프로듀서(PD), 바이어 등 스태프가 손에 땀을 쥐면서 지켜봤지만 뻐꾸기시계는 겨우 7개 팔렸다. 이 중 4개는 직원들이 주문했다. 그로부터 10년. 홈쇼핑이 ‘통신 유통’이라는 새로운 판매 채널을 연 지 다음 달 1일로 꼭 10년이 된다.》

외환위기 이후 매년 두 배가량 급성장하면서 홈쇼핑 판매 비중은 전체 소매업의 10% 수준으로 올라섰다. 초창기 하루 매출 500만 원은 이제 분당 매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국내 5대 홈쇼핑업체의 매출은 약 4조2000억 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 ‘통신 유통’ 시대 열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사는 주부 최성민(29) 씨는 홈쇼핑 마니아.

최 씨는 “처음에는 쇼핑몰에 직접 가지 않고 집에서 전화 한 통으로 물건이 배송된다는 게 신기했다”며 “언제든지 물건을 주문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통신 유통’이라는 생소한 판매 채널을 연 홈쇼핑은 백화점 같은 기존 유통 채널에 접근하기 힘들던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홈쇼핑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옥포수산 김상정(金上正) 부사장은 “홈쇼핑에서는 방송 30분 만에 고등어 20마리들이 2500∼3000상자, 5만∼6만 마리가 팔린다”며 “할인점에서는 2∼3개월 내놓아도 팔지 못하는 물량”이라고 말했다.

GS홈쇼핑 김용범(金容範) 상무는 “외환위기와 경기 침체로 기존 유통시장이 위축됐을 때 홈쇼핑이 새로운 대안 유통망 역할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리모컨에서 보험, 여행상품까지

첫 상품은 39쇼핑은 ‘뻐꾸기시계’, 한국홈쇼핑(현 GS홈쇼핑)은 ‘리모컨’이었다.

GS홈쇼핑 최진혁 PD는 “당시에는 홈쇼핑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 판매할 물건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홈쇼핑의 히트 상품 가운데는 원적외선 오븐레인지, 자동차 코팅 세트, 녹즙기 등 중소기업 제품이 많다. 생소한 중소기업 제품을 쇼핑호스트가 여유를 갖고 설명하면서 판매로 이어졌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대기업들도 홈쇼핑에 제품을 내놓았는데 이때 대박을 터뜨린 상품이 ‘김치 냉장고’였다.

2001년에는 현대, 우리, 농수산홈쇼핑이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상품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보험, 여행, 공연, 외식 상품에 이어 최근에는 상가 분양 매물까지 홈쇼핑 상품으로 등장했다.

○ 유비쿼터스 시대를 꿈꾼다

5개 홈쇼핑업체는 올해 3월 방송위원회로부터 ‘상품판매형 데이터 방송채널 사용사업자’로 선정됐다. TV를 보면서 리모컨으로 상품 검색과 주문, 결제까지 가능한 ‘TV 전자상거래(T커머스)’에 도전장을 내민 것.

상품전략연구소 이학만 소장은 “최근 홈쇼핑업체는 TV, 인터넷, 휴대전화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구매 가능한 ‘두루누리(유비쿼터스)’ 시대를 앞두고 있다”며 “이런 뉴미디어에 홈쇼핑업체가 어떻게 적응해 나가느냐가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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