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펀드가 돈줄 이동 물꼬 텄다

  • 입력 2005년 7월 18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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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자산은 크게 볼 때 부동산, 예금, 주식, 보험 등 4개 부문에 분산 투자된다.

지금까지는 이 중에서도 대부분 부동산과 예금에 집중돼 있었다.

‘개인 자산구조가 바뀔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결국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자산 구성을 다시 짤 생각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 개인 자산구조가 바뀌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자산시장의 불균형 현상이 조금씩 해소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 같은 변화의 핵심에는 10년 7개월여 만에 1,060선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이 있다.

자산시장의 변화를 가장 빨리 감지하는 은행과 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 컨설턴트들은 ‘변화는 이미 시작됐으며 그 중심은 주식 간접투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바뀌는 개인 자산구조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1년 현재 한국인의 개인 자산구조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 83.0%, 금융자산 17.0%로 돼 있다. 금융자산이 70%를 넘는 독일과 네덜란드, 60% 이상인 미국 등과 비교할 때 실물자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1인당 금융자산도 한국은 2300만 원으로 일본(1억1100만 원)이나 미국(1억1400만 원)에 비해 크게 적다.

하지만 일단 시작된 자산구조 변화에 속도가 붙으면 이런 불균형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증시 활황으로 고객예탁금(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고객이 맡긴 돈)은 11조 원을 넘어섰다. 간접투자 상품 가운데 주식형 수익증권의 수탁액은 올해 3조 원가량 늘어 11조 원을 돌파했다.

무엇보다 적립식 펀드가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펀드 평가업체인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적립식 펀드 규모는 지난해 말 1조9514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3조6232억 원으로 6개월 만에 85% 급증했다.

현재 논의 중인 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이 도입되고 내년 퇴직연금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개인 자산의 무게중심은 부동산과 예금에서 주식 간접투자로 더욱 빠르게 이동할 전망이다.

○ 경제가 꾸준히 성장해야

하지만 개인 자산구조 변화가 쉽지만은 않다.

본보가 설문조사한 결과 PB 컨설턴트 대부분은 ‘주식 투자에 대한 거액 자산가들의 거부감이 사라지고 있는 정도이지 적극적인 투자자로 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거액 자산가들은 보수적 성향이 강해 위험을 싫어한다. 이들을 제외한 개인들은 ‘위험을 감수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이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한 PB 컨설턴트는 “자산시장 변화의 핵심은 주식”이라며 “증시 변동 폭이 지금보다 최소한 20% 축소돼 위험이 줄어야 거액 자산가의 마음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종합주가지수가 1년에 300포인트 이상 널뛰기를 하는 한 보수적인 투자자를 안정적으로 끌어들이기는 어렵다”며 “증시가 단번에 많이 오르는 것보다 꾸준히 오르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자산시장 고르게 발전하려면

실물자산에 집중된 개인 자산구조 불균형을 시정하려면 각 자산시장이 특징에 맞게 고르게 발전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부동산 자체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돈이 부동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 전체 자산시장의 차원에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 투기 억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다른 자산시장을 발전시키는 일이다.

현재 4대 자산시장 가운데 개인 비중이 가장 낮은 분야는 주식.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여전히 한국 증시는 부진한 성적표를 갖고 있다.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8배로 미국(17.1배) 영국(14.8배) 일본(20.9배)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13.2배) 중국(9.8배)보다도 낮다. PER는 기업 이익에 비해 주가가 어느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동부증권 장영수(張寧洙) 연구원은 “정부의 경기진작 정책과 기업 성장을 토대로 한 증시 발전이 전체 자산시장의 균형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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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PB컨설턴트들의 투자 추천…1~3위까지 주식 상품▼

자산구조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요즘, 은행과 증권사 PB 컨설턴트들은 고액 자산가에게 어떤 상품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을까.

본보 설문조사(중복 응답 가능) 결과는 이렇다.

가장 많은 전문가(49명)들이 추천한 상품은 주식형 펀드였다. 최근 증시가 활황을 보이는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위는 43명이 추천한 적립식 펀드. 3위(26명)에 오른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도 주식이기 때문에 사실상 주식 상품이 1∼3위를 차지했다.

이어 부동산펀드(16명), 혼합형펀드(11명), 주식 직접투자(11명), 부동산을 제외한 실물펀드(10명) 등을 추천한 전문가도 있었다.

1명은 향후 자산시장이 불투명한 만큼 현금 보유를 추천한다고 대답했다. “현금을 갖고 있다가 대통령선거 직전에 부동산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 정권이 바뀌면 부동산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서울 강남지역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추천은 1명이 했다. 반면 은행 예금을 추천한 전문가는 단 1명도 없었다.

그러나 자산 수익률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이번 조사에 부동산 전문가들이 빠져 있는 점에서 이 조사 결과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PB컨설턴트 “여기에 투자를”▼

1. 주식형 펀드(49명)

2. 적립식 펀드(43명)

3. 주가연계증권(ELS)(26명)

4. 부동산 펀드(16명)

5. 혼합형 펀드(11명)

주식 직접투자(11명)

-105명 설문, 중복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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