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이영]농어촌 ‘코시안’에게 희망을

  • 입력 2005년 7월 18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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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총각 4명 중 1명이 국제결혼을 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나오는 등 농어촌 국제결혼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전북 장수군을 찾아갔다. 그날은 마침 외국인 주부를 위한 ‘한글교실’이 열리는 날이었다.

수업이 끝난 점심 무렵, 읍내의 한 음식점은 30여 명의 동남아 출신 여성과 이들이 낳은 ‘코시안(코리안+아시안)’ 어린아이로 가득했다.

매운탕을 먹느라 얼굴이 빨개진 외국인 신부들은 영어와 어색한 한국어로 이국생활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한글을 익히고 매운 김치와 한겨울의 칼바람에 익숙해지려는 노력, 향수병과 외로움으로 인한 어려움…. 낯선 땅과 사람에 정붙이고 살아보려는 이들의 노력은 눈물로 점철된 고단한 이민사였다.

한국 여성이 외면하고 있는 농어촌 총각과 그 가족에게 외국인 신부는 희망이자 기쁨이다.

지난해 필리핀 여성과 결혼해 2개월 전 딸을 얻은 양우현(37) 씨는 “내 생에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양 씨의 어머니 이고분(62) 씨는 “아기가 자는 시간에는 심심하고 허전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영식(70) 씨는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나니까 비로소 사람 사는 곳 같다”며 웃었다.

식천리에서 만난 노총각 최용일(35) 씨는 “한국 여성이 워낙 농촌을 기피해 선볼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요즘엔 나도 외국 여성과 결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장수군에서 돌아온 지 며칠 후 보건복지부가 한국에 시집 온 외국 여성에 대해 첫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의 고초는 몇 자리의 숫자로만 나타나 있었다.

외국인 신부들은 농촌에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우리의 이웃이다.

외국에 가서 신부를 데려올 수밖에 없는 한국의 농촌 남성이나 부모 형제를 떠나 먼 나라로 시집 온 외국 여성,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코시안’들이 두루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이영 사회부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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