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달 탐험의 역사…달 정복의 역사는 시작됐다

  • 입력 2005년 7월 16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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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험의 역사/레지널드 터닐 지음·이상원 옮김/584쪽·2만5000원·성우

1998년 11월, 77세의 ‘역대 최고령 우주비행사’ 존 글렌을 태운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9일간의 우주비행을 마치고 귀환했다. 회견이 끝나갈 무렵, 36년 전 그의 첫 비행을 보도했던 영국 BBC방송의 레지널드 터닐 기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는 83세로 최고령 우주항공 담당 기자입니다. 제 나이에도 희망이 있습니까?” 웃음이 터졌다.

이 책은 인간의 우주를 향한 꿈과 그 실현 과정을 40여 년 동안 취재해 온 기자가 현장을 발로 뛰며 기록한 생생한 달 탐험 역사다. 비행사들이 궤도를 돌며 달의 겉면을 관찰하는 동안 우주개발 현장의 이면을 관찰할 수 있었던 노(老)기자의 꼼꼼한 기록이 사뭇 흥미롭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달에 가는 것보다 돌아오는 게 문제였다=인간을 달에 보내는 데는 처음부터 이론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달에서 어떻게 지구를 향해 출발하느냐였다. 처음에는 “일단 인간을 보내 놓고 몇 년 동안 살게 하면서 방법을 강구하자”는 안까지 제기됐다. 결국 모선(母船)이 달 주위를 도는 동안 착륙선이 내려가는 방법이 채택됐다.

▽성공만큼 실패도 많았다=1967년 아폴로 1호 지상훈련 도중 화재가 발생해 비행사 세 명이 죽었다. 이에 앞서 팀장인 그리섬은 예언처럼 ‘우리가 훈련도중 죽어도 사람들이 침착하게 받아들였으면…’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섬이 죽은 것은 그 자신의 건의로 바뀐 개폐장치를 그가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1970년 아폴로 13호는 예상 못한 폭발 때문에 달 궤도만 돌고 귀환했지만 가장 생생한 달 표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우주에 가져가는 물건도 다양=우주비행사들에게는 특이한 전통이 있다. 양변기 뚫는 압축기를 들어 보이며 우주선에 탑승하는 것. 실제 쓰임새가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36년 전 오늘(1969년 7월 16일) 발사된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들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딛고 꽂은 성조기는 미 항공우주국(NASA) 직원이 근처 가게에서 5.5달러에 사온 것을 적당히 개조한 것이었다.

▽우주 바이러스의 공포는 실재했다=오늘날에는 코웃음 칠 일이지만 아폴로 14호까지 우주비행사들은 지구 귀환 이후 몇 주 동안이나 격리돼 지내야 했다. 달의 미생물체가 지구 전체를 오염시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월석에서 떨어진 먼지를 굴 새우 물고기 등에게 먹여 보는 실험도 이루어졌다고 한다. 원제는 ‘The Moonlandings’(2003년).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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