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테러 배후주모자 이집트계 생화학자 체포

  • 입력 2005년 7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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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찰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7·7 런던 테러의 ‘배후’로 지목돼 수배를 받아 온 이집트인 생화학자 마그디 엘 나샤르(33)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체포됐다고 AP통신 등이 15일 보도했다.

그는 2000년 10월부터 이집트국립연구소 후원으로 영국 리즈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아 올해 2월 학위를 받고 화학 강의를 해 왔다. 영국에 오기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대학원에서 화학공학을 한 학기 수강한 적이 있는 그는 테러 직전 종적을 감췄다. 런던 경찰은 리드 시를 수색할 당시 나샤르가 세든 집에서 테러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성분의 폭약을 발견해 그를 ‘제5의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니 엘 나제르 이집트국립연구소장은 “나샤르가 2주 전쯤 이집트로 돌아와 학위논문을 연구소에 제출하고 동료들과 1주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수일 전 이집트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내무부는 “나샤르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15일까지의 수사로 테러범들과 알 카에다의 구체적인 접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런던 경찰은 나샤르가 세든 집에서 발견된 폭약은 일명 ‘악마의 어머니(Mother of Satan)’라 불리는 ‘트리아세톤 트리페록사이드(TATP)’계 폭약으로 상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화학약품이며 제조 가능한 저급 사제폭탄이라고 밝혔다. 이 폭탄은 2001년 아메리카항공(AA) 여객기 폭파미수범 리처드 리드가 구두 속에 숨기고 있었던 것과 같은 것으로 영국 경찰은 이것이 테러범들이 알 카에다 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테러범 모하메드 시디크 칸의 친구는 14일 익명으로 영국의 BBC라디오에 출연해 “칸이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매년 (알 카에다의 훈련시설이 있는)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이날 테러범 자메이카계 영국인 린지 저메인이 약 2년 전 이슬람교로 개종한 백인 부인의 영향으로 이슬람교로 개종했다고 전했다. 저메인과 다른 세 테러범은 알 카에다 이념에 동조하는 파키스탄의 마드라사라는 이슬람 종교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드(성전) 학교’라 불리는 마드라사는 단순한 종교학교였으나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러시아제 소총을 갖고 노는’ 이슬람 전사를 길러내는 센터가 됐다. 1947년 파키스탄이 독립할 당시 137개에 불과했던 마드라사는 오늘날 1만3000개에 달할 정도로 늘었으며 이 학교를 거쳐 간 학생도 170만 명에 이른다.

마드라사에서 공부하는 학생 대부분은 이슬람 사회의 빈곤층에 속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무료로 숙식을 제공받으며 바깥 세계와 고립돼 세뇌교육을 받는다. 학교 환경은 비좁고 비인간적이다. 새벽에 기도로 일과를 시작해 간단한 빵과 차로 아침식사를 하고 나면 해질 때까지 교육이 이어진다. 규율도 가혹해 조그만 잘못을 저질러도 쇠고랑을 차고 갇히거나 매질을 당한다. TV 시청과 라디오 청취는 금지된다.

파키스탄 언론인 아메드 라시드 씨는 “파키스탄의 많은 강경파 마드라사가 알 카에다에 동조하는 교사를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런던 테러 용의자
이름세자드 탄위르하시브 후사인모하메드 시디크 칸린지 저메인마그디 엘 나샤르
나이22(사망)18(사망)30(사망)미확인(사망)33(체포)
출신파키스탄계파키스탄계파키스탄계자메이카계이집트계
직업학생학업중단한 학생초등학교 보조교사미확인리즈 대학에서 화학 강의
특징벤츠를 모는 성공한 이민가정 아들불량배였다가 2년전 갑자기 이슬람에 빠짐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 지도미확인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화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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