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對北송전 간단한 문제 아니다” 自認

  • 입력 2005년 7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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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의 ‘대북 전력공급방안 검토’ 보고서는 대북 송전이 비용 면에서나 기술적으로나 정부 발표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대북 송전으로 인해 △수도권 전력 예비율 급락 △시설투자비 외에도 연간 1조 원에 이르는 전력공급비용 부담 △수도권 전압 불안정 등의 문제를 우려했다.

● 수도권 전력 예비율 숨겨

산자부는 15일 언론에 배포한 ‘대북 전력공급 비용에 대한 1차적 추산 결과’라는 보도 자료에서 전국의 전력 예비율만 밝히고 수도권 예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전국의 전력 예비율은 23.9%에서 대북 송전을 하면 19.7%가 된다. 북한에 전기를 보내도 적정 예비율(15∼18%)이 유지되는 셈.

그러나 국내 발전소는 남부지방에 집중돼 있다. 남부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려면 지금도 송전선로가 빠듯한 실정이다. 수도권에서 북한으로 직접 전력을 공급하면 수도권 전력 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2008년 수도권 전력 공급 규모는 2848만 kW이지만 대북 송전이 시작되면 최대수요가 2472만 kW에서 2672만 kW로 늘어 예비율이 15.2%에서 6.6%로 떨어질 것으로 내부 보고서는 지적했다.

● 비용도 정부발표보다 더 들 듯

송배전시설 공사와 발전소 이전 등 시설투자비로 1조85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여기에 매년 전력공급비용 1조 원을 더하면 비용은 크게 늘어난다.

산자부 내부 보고서는 송배전시설 구축을 위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1안’은 △송전시설 6000억 원 △변전시설 3500억 원 △배전시설 6000억 원 등 1조5500억 원을 사업비로 예상했다. 이에 비해 ‘2안’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송전·변전·배전시설 공사에 2조1300억 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1안과 2안의 비용 차이가 큰 것은 2안의 송전시설 공사비가 1안의 2배인 1조2000억 원이기 때문. 2안은 송전 철탑 2개를 세우는 방안으로 전기사고가 나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지만 1안은 철탑이 1개여서 사고가 나면 대체선로가 없어 전력 공급이 어렵다.

그러나 산자부는 “경제성과 공사기간을 고려할 때 1안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수도권의 전력난을 예방하기 위해 충남 보령복합발전소 설비를 서울화력발전소로 옮기는 비용으로 3000억 원이 든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설비를 옮기려면 바닷길과 육로를 이용해야 한다”며 “무거운 설비 이동을 위해 다리와 도로를 보강하는 데만 150억 원 이상이 든다”고 말했다.

또 2008년 이후 전력공급을 시작하면 매년 1조300억 원가량이 든다. 이 금액도 정부는 지금까지 밝히지 않았다.

산자부는 북한으로부터 전력공급비용을 받는 방법으로 △천연자원으로 대체 △달러 결제 △일정 기간 후 청산 결제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이 돈을 제대로 내지 못할 것을 감안해 남북협력기금에서 보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2008년 전력공급 힘들 수도

산자부 내부 보고서는 당초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발표했던 경기 양주시를 기점으로 하는 방안보다 파주시 근처 신덕은을 기점으로 하는 것이 안전성이나 경제성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덕은을 통하려면 현재 건설 중인 신가평∼신덕은 간 송전 선로가 완성되는 2009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0년 남북경제협력사업을 위해 북한 송전시스템을 점검했던 현대건설 기술개발원 이건구(李健九) 상무는 “대북 송전은 북한에 전화선을 새로 깔아 전화사업을 하는 것만큼 어렵다”며 “2008년에 송전을 시작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배전 선로가 매우 낡아 선을 새로 깔아야 하는 구간이 많아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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