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사고 조종사들, 왜 비상탈출 못했나

  • 입력 2005년 7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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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해와 남해상에서 잇따라 추락한 공군 F-4E와 F-5F 전투기 조종사 4명 중 3명은 비행경력 10년 이상, 비행시간이 2000시간 이상으로 표창까지 받은 조종사들이다. 기량이 최고조에 이른 베테랑 파일럿들이 사고 당시 왜 비상탈출을 하지 못했을까.

전투기의 비상탈출은 조종사가 비상탈출 레버를 잡아당긴 즉시 조종석 아래에 장착된 로켓이 점화돼 0.2∼0.4초의 엄청난 속도로 조종석을 기체 밖으로 튕겨내 이루어진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전투기가 갑자기 솟구치거나 내리꽂히면 조종사들은 중력가속도 변화로 엄청난 신체적 변화를 겪게 된다. 자신의 몸무게에 비해 최대 9배나 되는 압력(9G)을 받으며 몸이 조종석에 달라붙다시피 하기 때문에 손가락 하나도 꼼짝할 수 없게 되는 것.

게다가 온몸의 피가 하체로 일시에 쏠리면서 눈으로 가는 혈액량이 급감해 시야가 어두워지는 ‘그레이아웃(gray out)’이나 아예 캄캄해지는 ‘블랙아웃(black out)’ 현상까지 발생한다. 일반인의 경우 처음으로 6G 이상의 상황에 노출되면 수초 내에 의식을 잃는다.

모든 조종사는 비행 중 중력가속도를 일정 부분 상쇄시키는 G슈트를 착용하지만 한계 이상의 급격한 기동 상황에 10초 이상 노출되면 비상탈출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조종사들의 지적이다.

미군 조종사들의 경우 사고에 직면하면 지체 없이 기체를 버리고 비상탈출을 시도하지만 한국군 조종사들은 대개 최후의 순간까지 기체를 살리려다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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