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한국계 배우 칼 윤 부천영화제 참석

  • 입력 2005년 7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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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가 부추기는 아시아인의 스테레오타입을 바꾸는 것이 내 꿈이다.”

14일 막을 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에 초청돼 내한한 할리우드의 한국계 배우 칼 윤(30·윤성권·사진). 14일 경기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만난 그는 “악역이든 조연이든, 돈을 많이 주든 톰 크루즈와 공연하든, 아시아인을 몰개성적인 캐릭터로 그린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가 주연을 맡은 PiFan 출품작은 황동혁(35) 감독의 단편 ‘기적의 거리’(2004년). 어릴 적 한국에서 미국인 가정으로 입양돼 자란 뒤 불법 영업 택시운전사로 살아가는 허드슨 역이다.

“오래전부터 한국인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 촬영 당시 황 감독은 남캘리포니아대(USC) 영화과 학생이었지만 아시아인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를 그린 것이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정했다.”

워싱턴에서 태어난 그는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연극과 영화를 전공했다. 모델 생활을 하다 1994년 영화배우의 길로 들어선 뒤 ‘아나콘다’ ‘포비든 워리어’ 등에 출연했다. ‘시카고’를 만든 로브 마셜 감독의 신작 ‘게이샤의 추억’에서는 중국 여배우 궁리(鞏리)의 ‘비밀 남자친구’ 고이치로 나온다. 칼 윤은 “야한 장면도 있느냐”는 물음에 ‘야한’이 무슨 뜻인지 묻더니 “궁리와의 러브신도 있다”며 껄껄 웃었다.

그의 형 릭 윤(34)은 2000년 007시리즈 ‘어나더 데이’에 북한군 장교로 나와 할리우드 주류에 한발 다가선 배우. 칼 윤은 “형은 착하다”고 몇 차례 강조하면서도 “형은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아인이 정형화된 캐릭터로 나오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인이 할리우드에 입성하는 것은 라틴계나 흑인보다 몇 배 더 힘들다”고 강조한 칼 윤은 “백인, 흑인 아이들과 많이 싸웠던 어린 시절부터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며 씩 웃었다.

한국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인상 깊게 봤고 배우로 차태현 전지현을 좋아한다는 칼 윤은 이상형을 묻자 ‘한국’이라는 말에 힘을 주며 “한국 여성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이유경(미국 웨슬리언대 영문학과)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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