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국과 영국, 테러 대응 너무나 달랐다

  • 입력 2005년 7월 1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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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런던 연쇄 폭탄 테러 사건은 좋든 나쁘든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적지 않다.

런던 경찰은 일견 느려터진 것처럼 보였다. 최초로 사망자 1명의 신원을 밝힌 것이 11일. 사건 발생 이후 5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최종 확인까지는 수주일이 더 걸린다고 한다. 지하철 킹스크로스 역 주변은 실종자를 찾는 가족들로 붐볐지만 경찰은 아랑곳없이 사건현장을 봉쇄하고 제 속도를 고집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당일 인명구조와 별 관련도 없는 사람까지 수백 명이 마구잡이로 사고 현장을 훼손하고, 그 다음 날에는 깨끗이 물청소까지 해 사망자의 유류품을 없애버린 일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한국 경찰은 신고된 실종자 수와 미확인 시신 수가 2배 이상 차이가 나 큰 어려움을 겪었다.

런던 경찰은 사건 발생 6일 만인 12일 용의자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나서야 사건 전모를 밝혔다. 경찰도 처음에는 자살 테러가 아니라는 데 무게를 두는 등 혼란을 겪었다. 중요한 것은 경찰에 걸려온 신고전화 12만여 통 중 이층버스 폭파범의 어머니가 건 전화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 이라크 김선일 씨 피랍 참수사건 때 외신 기자가 한국 외교통상부에 건 2통의 확인전화가 간단히 무시된 것과 대비된다.

런던 경찰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는 폐쇄회로(CC)TV 녹화화면이 한몫했다. 경찰은 5000여 개의 화면을 뒤져 테러범들이 지하철역에서 만난 장면을 찾아냈다. 영국은 1990년대 아일랜드공화국군(IRA) 테러 이후 곳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지금은 ‘시민 1명이 하루 300번은 카메라에 잡힌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다. 다행히 범인은 찾았지만 ‘빅 브러더’의 세계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

런던 테러가 ‘자살 폭탄 테러’로 결론 난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자살 테러는 뾰족한 예방책이 없다. 테러범도 아랍계라는 인종적 특징을 빼고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같은 이라크 파병국인 한국은 테러에서 자유로울까. 사건 당일 한국에도 테러 ‘주의’ 경보가 발령됐다지만 지하철에서 별다른 변화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제 외국인 근로자가 배낭이라도 메고 지하철에 타는 날이면 승객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된다.

송평인 국제부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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