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강창구/韓-中 오가는 위그선 상상해 보세요

  • 입력 2005년 7월 1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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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나 바다에서 새들을 꾸준히 관찰해 보면 하늘 높이 날 때는 날개를 계속 움직여 앞으로 날아가지만 수면 가까이서 날아갈 때는 날개를 조금만 움직여도 오랫동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면이나 수면 근처에서 날 때 날개가 양력(揚力)은 높여 주고 항력(抗力)은 줄여 주는 지면효과 때문에 작은 에너지로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효율적인 비행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위그선(Wing-In-Ground)은 이 같은 지면효과를 이용해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운항한다. 지상 수송수단의 주류를 이루는 자동차와 열차는 시속 100~300km 수준이다. 그러나 바다에서는 속력이 대략 시속 25km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다. 항공기로 바다를 가로지르면 빠르지만 요금이 너무 비싸다. 빠르지만 요금이 비싼 항공기와 싸지만 너무 느린 선박의 장점을 두루 갖춘 새로운 개념의 미래형 운송수단이 바로 위그선이다. 규모에 따라 여객 및 화물 운송은 물론 해양 레저용, 군사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위그선은 선박으로 분류돼 현재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작 및 운항 안전성을 담당하고 있다.

구소련은 일찍부터 위그선에 관심을 가져 왔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시속 500km 이상의 극초고속으로 항해할 수 있고 활주로 없이 수면에서 직접 이착륙하는 위그선을 군사 목적으로 개발한 것. 적의 레이더에 노출되지 않는 특성을 지닌 이 선박을 구소련은 군수물자 수송용, 대잠수함 작전용, 상륙 지원용, 해상 구난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했다. ‘카스피 해의 괴물’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550t급 대형 위그선 KM(1966년 개발)은 선수와 선미에 터보제트엔진이 장착돼 있는데 15년간 운용된 바 있다.

위그선은 수면에서 이착륙하기 때문에 공항이 따로 필요 없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 위 어느 곳에서나 뜨고 내릴 수 있다. 출발 때에는 선박처럼 물에서 부력으로 떠서 운항하다가 속도가 빨라지면 수면에서 1~5m의 고도로 아주 낮게 날기 때문에 엔진이 고장 나는 비상상황에서도 바로 수면에 착수해 구조를 받을 수 있다. 10km 상공에서 비행하는 항공기보다 훨씬 높은 안전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겠다.

대형 위그선은 기존 선박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시속 250km 이상의 극초고속으로 운항할 수 있어 미래 물류 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상당한 부가가치의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위그선은 대당 가격과 운항비가 항공기보다 저렴해 1000km 이내 거리에 있는 해역에서 운항할 경우 기존 항공기와 선박의 틈새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인 해상 운송수단이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과 중국 간에 항공으로 운송되는 전자소재 및 부품 등 고가의 화물은 대형 위그선이 등장하면 가격경쟁력 때문에 상당 부분이 위그선을 이용해 운송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항 등 운송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섬이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이미 새로운 수요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활용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 중이다.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세계 제1위 조선국인 우리나라는 천문학적인 공항 건설비가 필요 없고 대당 가격 및 운항비가 저렴한 위그선을 상용화 및 개발하기에 세계에서 가장 적합한 국가라고 생각한다.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올 위그선이야말로 기존 해운시장에서 탈피해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블루오션 전략(경쟁자가 따라오지 못할 차별적 가치와 시장을 추구하는 전략)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강창구 한국해양연구원 대형위그선추진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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