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부천-서울 ‘시네마 판타지’에 빠지다

  • 입력 2005년 7월 15일 0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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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기 부천시 복사골문화센터 등지와 서울 종로구 낙원동 필름포럼에서 제9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PiFan)와 리얼판타스틱영화제(리얼판타)가 각각 개막했다. 23일까지 열리는 두 영화제는 잘 알려진 대로 불협화음 끝에 ‘한 몸(PiFan)’에서 나온 쌍생아. 하지만 영화는 영화다. 호러, 스릴러, 엽기 코믹, 기괴한 다큐멘터리 등 극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판타지 영화들의 세례를 받아 보자. PiFan에서는 2004년 이후 제작된 따끈따끈한 신작들을 중심으로 172편의 장·단편 영화가 상영된다. ‘마니아 중심’이라는 그간의 비판을 수용한 듯,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들을 대거 선보인다. ‘에로티카 특별전’ 등 성인을 위한 판타지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리얼판타는 ‘그래도 마니아’ 중심이다. 상영작은 61편에 그치지만 기획이 짜임새 있다. ‘동유럽권 SF 특별전’은 공산체제 붕괴 이전의 헝가리 폴란드 등에서 제작된 SF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스탠리 큐브릭의 문제작 ‘시계태엽 오렌지’도 깜짝 상영된다. 두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추천을 받아 꼭 봐야 될 영화 4편씩을 소개한다. 더 많은 영화에 대한 소개는 PiFan은 www.pifan.com, 리얼판타는 realfanta.org를 참조하면 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PiFan-리얼판타 23일까지 233편 상영▼

▽부천 PiFan 2005▽

▶검은 밤(Nuit Noire)

감독 올리비에 스몰더, 벨기에, 2004년

오직 정오 전 15초 동안만 해가 비치는 곳. 나비 박제에 심취한 과학박물관 관리인 오스카는 자신의 무의식 속 짧은 기억들과 박물관 소장용 필름의 장면들 사이를 오가는 경험을 한다.

밤만 계속되는 공간이라는 초현실주의적 배경과 미스터리의 교차. 데이비드 린치 스타일의 영상미와 구성을 보여 준다.

▶붉은 피(Rojo sangre)

감독 크리스티안 몰리나, 스페인, 2004년

중견 배우 파블로는 배역은커녕 매니저와 감독들 사이에서 비아냥의 대상이다. 창녀촌에서 살아 있는 조각 모델이 된 그는 자신이 이런 처지에까지 놓이게 된 데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이들을 차례차례 없애기 시작한다.

화려하지만 추악한 쇼 비즈니스 세계에서, 꿈을 잃어버린 지친 영혼이 저지르는 살인행각은 두렵지만 안쓰럽다.

▶크로마티 고교(Cromaty High School)

감독 야마구치 유다이, 일본, 2005년

학력은 바닥이고 교실에서 술 담배는 예사인 ‘양아치’ 학생들만 모인 크로마티 고등학교에 멋모르고 입학한, 평범한 학생 카미야마. 학교를 정상적인 곳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동명의 원작만화는 워낙 엽기적인 캐릭터가 많아 당초 영화화가 어렵다고 여겨졌다. 학생이기를 포기(?)한 이들의 기상천외 행각!

▶우리 개 이야기(All About My Dog)

감독 이누도 잇신 외, 일본, 2005년

‘우리 개가 최고’라고 자부하는 애견가, 개 사료 광고의 우스꽝스러운 변신에 우울해진 광고기획자, 다른 개를 짝사랑하는 개 이야기 등 개와 함께한 행복한 순간을 담은 11개 에피소드. 뮤지컬, 애니메이션, 코미디, 멜로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한 영화 안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정통 가족영화.

▽서울 리얼판타▽

▶ 돌아온 사람들(Les Revenants)

감독 로뱅 캉필로, 프랑스, 2004년

프랑스의 작은 도시에 체온이 낮고 무표정할 뿐 생전 모습 그대로인 좀비들이 나타나 기존 사회에 편입되기를 희망한다.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산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살점을 뜯어먹는 좀비들보다, 부활해 생전 자신의 삶을 살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자들이 얼마나 더 무서운지….

▶ 우량시민 에드워즈(Able Edwards)

감독 그래험 로버트슨, 미국, 2004년

에드워즈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실적이 점점 떨어지자 이사회는 죽은 창업자를 복제한다. 이사회의 기대대로 복제인간 에드워즈는 회사의 옛 영광을 되찾지만 자신만의 삶을 주장한다.

감독의 집 창고에서 15일간 단돈 3만 달러를 들여 개인용 데스크톱 컴퓨터를 이용해 만든 영화가 이렇게 뛰어날 수 있다니….

▶ 노는 회사 라이어트(Riot-on!)

감독 킴 핀, 핀란드, 2004년

2000년 6명의 핀란드 남성이 2000만 달러를 투자받아, 세운 지 666일 만에 파산한 모바일 콘텐츠 기업 ‘라이어트 엔터테인먼트’의 다큐멘터리. 흥청망청 돈 쓰다 망했다지만 이들이 만든 모바일 게임은 현재도 인기라고.

‘섹스, 거짓말, 그리고 모바일 게임.’ 이들의 모바일 게임이 무엇인지 영화에서 확인해 보자.

▶ 우리는 여기에 없었다(Wir waren niemals hier)

감독 안토니아 간츠, 독일, 2004년

18년 동안 기괴한 헤비메탈에서 소프트한 멜로디로 돌변하는 음악을 일관되게 추구하며 독일 대중음악의 지평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친 밴드 ‘무터(어머니)’의 음악여행을 따라간 다큐멘터리. 팬들도, 심지어 음반 제작자들마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등을 돌린 그들의 세계관, 음악관을 유심히 지켜보자.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송효은(연세대 신문방송학과 3년) 씨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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