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오스트리아 빈’…음악-미술-요리 3色투어

  • 입력 2005년 7월 15일 0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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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초반에 세워진 벨베데레 여름궁전. 안톤 브루크너가 교향곡 9번을 완성한 곳으로 현재는 미술관이다. ‘키스’ 등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이 소장돼 있다. 빈=조성하 여행전문기자
18세기 초반에 세워진 벨베데레 여름궁전. 안톤 브루크너가 교향곡 9번을 완성한 곳으로 현재는 미술관이다. ‘키스’ 등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이 소장돼 있다. 빈=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오전 5시. 해는 호프부르크(황궁)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날은 환하다. 차도 없고 행인도 없는 한적한 일요일 아침. 빈 황궁이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라트하우스 와인&디자인.’ 이 ‘특별한 이름’의 호텔은 황궁 근처에 있다. 오스트리아 ‘와인’을 호텔의 테마로 삼은 이 부티크(작으면서 고급) 호텔은 18세기 건물을 개조한 것인데 인테리어 디자인이 거의 예술품 같다.

호텔을 나오니 ‘뮤지엄 플라츠’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주인이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궁 초입이다. 황궁의 화려한 건축물 군. 마리아 테레지아 플라츠와 헬덴 플라츠, 두 광장이 중심이다. 모두 박물관(역사 자연사 파피루스 황실그릇 등)으로 사용 중이다.

○ 거리마다 미술관 광장마다 카페테리아

호이리겐의 전형적인 풍경. 집주인이 직접 연주하는 음악과 노래를 들으며 음식과 와인을 즐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황궁을 나서면 빈의 ‘명동’ 콜마르크트 거리다. 비운의 마지막 황비 엘리자베스가 애용했던 카페 뎀멜은 여전히 이 거리에 있다. 거기 테라스에 앉아 크림을 얹은 ‘비엔나커피’ 멜랑주를 홀짝인다. 그 앞으로 피아커(마차)가 지난다. 지난 100년간 자동차가 다닌 적 없는 이 길에 피아커만 예외다.

다음은 그라벤 거리가 성슈테판 성당으로 이어진다. 하이든이 열 살까지 합창단원으로 있었고 모차르트가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성당 옆의 모던한 빌딩 ‘하스하우스’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보름달 아래서 성당을 보며 디너를 즐기는 옥상 야외 레스토랑 덕분이다.

도심을 감싼 링슈트라세(환상형도로)를 벗어나 조금만 남쪽으로 가면 언덕 위아래에 아름다운 궁전이 들어선 벨베데레에 닿는다. 두 건물 사이의 언덕에 들어선 18세기의 프랑스와 이탈리아식 정원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오스트리아 여행길에 이 세 가지는 ‘필수’다. 세계 호텔 주방에 진출한 오스트리안 셰프(요리사)의 솜씨 맛보기, ‘음악의 수도’ 빈에서 콘서트 관람, 그리고 미술품 감상이다. 황궁 인근 사커 호텔은 제국의 풍모가 느껴지며, 이곳 초콜릿 케이크의 명성은 세계적이다. 그 옆 모차르트 카페도 명소다. 길 건너 알베르티나 뮤지엄에서는 피카소와 고야 전람회가 한창이다. 오스트리안 셰프의 손맛은 여기 레스토랑 ‘도&코’에서 맛보자.

햇볕 내리쬐는 오후. 도심 쇼핑가와 황궁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빈 시민은 어디로 갔을까. ‘뮤지엄 쿼터(MQ)’다. 황실 마구간 터를 미술관이 밀집한 시민휴식공간으로 만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곳이다. 레오폴트 뮤지엄, 현대미술관, 쿤스트할레 등. 지금 레오폴트 뮤지엄에선 20세기 초반 누드와 포르노의 경계에서 논란을 일으킨 구스타프 클림트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빈 발트’(빈 외곽의 숲)도 시민들의 여름 피서지다. 베토벤이 전원 교향곡의 악상을 얻은 이곳은 도심 30km 외곽. 짙은 녹음의 산길로 차를 달리다 보면 금방 정상이다. 그곳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드넓은 빈의 시가. 포도밭 넝쿨 위로 펼쳐지는 풍경이 이채롭다. 숲 초입의 마을 그린칭은 ‘호이리겐’(그해 생산한 와인만 판매하는 농원의 레스토랑)으로 유명하다. 문에 솔가지가 걸렸거나 램프를 켜두면 포도주가 있다는 신호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흐르는 다뉴브 강. 그 강이 빈의 상징이 된 것은 요한 슈트라우스 덕분이다. 일요일 오후 강변은 일광욕을 즐기러 나온 이들로 빼곡하다. 강은 수영하는 이들과 보트로 붐비고. 페달 보트에 샴페인과 과일이 담긴 얼음 바구니를 올려놓고 강상 주유를 시작했다. 이름하여 ‘피크닉 보트’다. 샴페인으로 목을 축이고 강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는 빈 스타일의 피서다.

리히텐슈타인(오스트리아와 스위스 국경 근처에 있는 작은 나라) 뮤지엄은 루벤스 컬렉션으로 이름난 곳. 이곳 전시품은 이 나라 왕족의 개인 소장품으로 미술관 건물도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저택이다. 정원의 나무 그늘 아래 테라스 딸린 식당 루벤스 브라세리도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빈의 도심에도 거대한 평지 숲이 있다. ‘프라터파크’다. 황제의 사냥터였던 곳인데 지금은 회전관람차 등 테마파크와 조깅 및 산책용 숲길로 단장됐다. ‘릭쇼’라는 페달 차(4인승)를 타고 숲길을 가다보면 그 끝에서 ‘루스트 하우스’라는 멋진 레스토랑을 만난다. 빈 특미인 슈니첼(오스트리아식 커틀렛)은 여기서 맛본다.

○ 빈의 ‘아트 앤드 딜라이트’(예술과 맛) 여행정보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는 빈 시민들의 도심 휴식공간으로 등장한 뮤지엄 쿼터의 일요일 오후 풍경. 쿤스트할레 앞 광장에 놓인 폴리우레탄 재질의 쉼틀에서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다.

▽아트 △뮤지엄쿼터: www.mqw.at △리히텐슈타인 뮤지엄: www.liechtensteinmuseum.at △알베르티나 뮤지엄:www.albertina.at ▽딜라이트 △레스토랑 도&코: www.doco.at △루벤스 브라세리: www.rubens.at △루스트하우스: www.lusthaus-wien.at ▽액티비티 △피크닉보트: www.lacreperie.at △프라터파크: www.wiener-prater.at △회전관람차: www.wienerriesenrad.at

▽호텔 △라트하우스 와인&디자인: 오스트리아 10대 레스토랑에 드는 잘츠부르크 소재 페퍼시프(www.pfefferschiff.at)와 호텔 로젠빌라(www.rosenvilla.com)를 소유한 가족 경영 부티크 호텔. 객실 방문에 각기 다른 오스트리아 와인 레이블을 붙이고 객실의 와인 셀러에는 그곳 와인을 넣어 오스트리아 와인을 홍보한다. www.hotel-rathaus-wien.at

▽빈카드=지하철 버스 전차 등 대중교통수단이 잘 연계된 빈 투어의 필수품. 72시간 동안 교통카드(전차 지하철 버스)와 입장권(미술관 박물관 등)을 겸한다. 호텔, 관광안내소에서 판매(16.90유로). 빈관광청(www.vienna.info).

빈=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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