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洪석현 대사의 유엔 사무총장 出師表

  • 입력 2005년 7월 1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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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주미대사가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대사는 최근 워싱턴 주재(駐在) 국내언론사 특파원들에게 “내년 12월 임기가 끝나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에 도전할 생각이며 올해 9월을 전후해 이를 가시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명해 주면’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그의 발언은 사실상 출사표(出師表)인 셈이다.

한국인 출신 유엔 사무총장이 탄생할 수만 있다면 자랑스럽고 경사스러운 일이다. 대륙별로 돌아가며 맡아온 관례에 비추어 차기 사무총장 자리가 아시아권 국가의 몫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의 추천, 그중에서도 실질적으로 5개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유엔 사무총장 자리는 중립성(中立性)이 최우선적 기준이다. 분단국가이자 미국의 동맹인 한국에 돌아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부도 내부적인 검토만 하고 있을 뿐, 뚜렷한 입장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 주미대사의 역할은 최근 10여 년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개최를 앞두고 한미공조가 긴요한 데다 ‘민족끼리’를 앞세운 국내의 반미(反美) 분위기가 미국 쪽의 반한(反韓) 감정을 확산시키면서 한미동맹의 균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국면이다. 주미대사는 대미외교의 공식창구 역할뿐 아니라 ‘물밑 조율사’로서 전방위적인 활동에 매진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홍 대사가 승산도 높지 않은 차기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서둘러 기정사실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라도 정치권 일각의 추측처럼 주미대사 자리와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징검다리’로 해서 ‘정치적 야망’을 이루겠다는 생각이라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주미대사 자리는 한 개인의 야심실현을 위한 수단이 될 만큼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명전권(特命全權)대사로서 본연의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지금 홍 대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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