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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대우]테러 안전지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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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대우]테러 안전지대는 없다

입력 2005-07-15 03:10수정 2009-10-0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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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에서 열린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로 보안이 상대적으로 허술했던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이달 7일 테러리스트들이 자살 폭탄테러를 자행해 7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에 전 세계는 다시 한번 경악했으며 분노를 표출했다. 게다가 유럽의 알 카에다 조직이 런던 테러를 주도했다는 주장으로 인해 알 카에다가 부활한 것 아닌가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G8 정상들은 즉각적으로 이를 ‘야만적 행위’로 규정하고, 테러를 근절하기 위해 세계가 일치단결해 있음을 강조했다. 동시에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들도 테러경계 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한국도 즉각적으로 테러 ‘주의’ 경보를 발령했으며, 국가정보원의 ‘테러대책통합센터’를 중심으로 주요 시설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이번 런던 테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즉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하고 있다. 또한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G8 정상회의 이상으로 중요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11월 부산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즉 한국은 테러 목표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으나 테러 대비책은 영국에 비해 매우 허술한 게 사실이다.

영국은 9·11테러(2001년)가 일어나기 전인 2000년에 이미 반(反)테러법을 제정했고 이를 근거로 2003년 보안정보부 산하에 합동테러분석센터(JTAC)를 설치해 테러 관련 정보 수집과 분석은 물론 테러경보 발령과 법 집행까지도 담당케 하면서 테러 방지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비록 테러를 저지하지는 못했지만 신속하게 테러범 검거가 이뤄지고 있으며, 추가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은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테러 대비체제를 갖추고 있다. 1982년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이 만들어졌고, 2004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4단계 테러경보체계(관심→주의→경계→심각)를 구축했으며, 올해에는 ‘테러대책통합센터’가 국가정보원에 설치됐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이 대통령 훈령(제47호)이라는 점과, 테러대비책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매우 부실하다는 점이다. 국가정보원의 ‘테러대책통합센터’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테러 용의자에 대한 추적과 테러자금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센터 활동의 법적 근거가 되는 대통령훈령은 법률보다 하위규범이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과 ‘특정금융거래보호법’ 등 상위법에 제약을 받고 있다. 즉 수사를 하지 못하거나 수사시기를 놓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9·11테러 이후 각 회원국에 강력한 대테러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368호와 1373호에 부응하고, 위에 지적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테러방지법 입법을 추진했다. 당시 정부는 총 5장 29조의 ‘대테러방지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입법을 추진했으나, 인권침해 및 주무부서에 대한 논란만 거듭하다가 2004년 5월 16대 국회의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자동 폐기됐다. 그 직후 김선일 씨 납치피살 사건을 계기로 국내적으로 테러방지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입법이 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NSC의 테러경보체계에 대한 홍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런던 테러를 계기로 우리 정부는 테러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이 경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즉 ‘주의’ 경보가 어떠한 상황에서 발령되는 것인지, 경보가 발령되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다. 이래서는 테러예방 활동에 국민 참여를 유도하기 힘들다.

끝으로 우리는 국내 테러보다는 해외 테러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부대는 말할 것도 없고, 중동 주재 한국 공관 및 지사를 비롯해 수많은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 있다. 이들을 테러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조치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대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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