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라마칸 리포트]<1>‘팍스 시니카’ 프로젝트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코멘트
‘황금의 땅’으로 탈바꿈‘서부는 현재 공사 중.’ 도시마다 타워크레인이 보이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3년에 한 번씩 천지개벽을 보여 주겠다”는 청두시장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칭하이 성의 성도 시닝의 건설 현장. 시닝=원대연 기자
‘황금의 땅’으로 탈바꿈
‘서부는 현재 공사 중.’ 도시마다 타워크레인이 보이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3년에 한 번씩 천지개벽을 보여 주겠다”는 청두시장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칭하이 성의 성도 시닝의 건설 현장. 시닝=원대연 기자
사막과 험한 산맥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중국 서부의 중심 도시 란저우(蘭州)의 하늘이 열렸다. 겨울만 되면 란저우의 하늘은 하루 종일 시커먼 구름으로 뒤덮였었다. 난방을 위해 석탄을 땠기 때문이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황밍(黃銘·42) 씨는 “란저우는 이제 세계 3대 대기오염도시란 오명을 벗어던졌다”고 단언한다.

란저우 시 당국은 서부대개발을 시작하면서 곧바로 석탄보일러를 천연가스로 모두 교체했다. 심지어 시민들이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조차 전기충전식으로 교체하도록 했다. 환경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서는 개발 후유증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교훈을 일찌감치 동부개발에서 얻었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천연자원과 3억7000여만 명의 자체 시장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와 유라시아를 통합하는 대중화경제권 건설의 핵심 배후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서부의 모습이다.

▽황무지를 인간의 삶터로=1000년 전 화려했던 비단길의 요충지였던 간쑤(甘肅) 성 딩시(正西)에서 우웨이(武威)로 통하는 왕복 4차로 도로변. 끊임없이 이어지는 커다란 모래언덕 위에선 어린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황허(黃河)의 지류인 다퉁허(大同河)에서 물을 끌어들여 사막과 황무지에 숲을 가꾸는 국토개조 사업 현장이다.

칭하이(靑海) 성의 성도 시닝(西寧)에서 칭하이 호에 이르는 도로 양 옆에는 기울기가 25도 이상인 경작지를 산림으로 되돌리는 ‘퇴경환림(退耕還林)’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신이 버린 ‘저주의 땅’을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어 마침내 세계의 공장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녹색 생산 프로젝트’가 서부대개발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덩달아 산림녹화, 수질오염처리 등 관련 산업도 급격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우루무치의 툰허(屯河) 절수과기 유한공사는 한 해 최대 35만 km의 산림녹화 및 농업용 수로관을 제작하고 있다. 지구를 8바퀴 돌고도 남는 길이다.

▽서부의 자원을 동부로=비단길의 출발지인 충칭(重慶)에서는 동부의 상하이까지 연결되는 수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춘탄(寸灘) 부두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거대한 크레인들이 마치 국제물류항을 방불케 하고 있다. 연간 화물 처리능력은 50만∼70만 TEU(20피트 규격 컨테이너 1대 분). 춘탄 부두가 완공되면 서부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제품은 충칭부터 양쯔(揚子) 강의 수로를 타고 상하이(上海)를 거쳐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게 된다.

서부대개발의 또 다른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는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서 간쑤 성, 닝샤후이(寧夏回)족 자치구를 거쳐 상하이까지 4212km에 달하는 천연가스 수송 파이프를 까는 거대한 건설 작업이다. 이른바 ‘서기동수(西氣東輸)’. 2004년 8월 완공된 이 프로젝트는 서부의 끝인 타림분지의 5000억 m³(중국 전체 매장량의 58%)가 넘는 천연가스를 동부의 끝까지 끌어와 쓰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서기동수는 최소 30년간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황사와 더불어 중국의 골칫거리인 대기오염 감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달 거리를 하루로 당겨=“1990년대만 해도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카스에서 우루무치까지 보통 23일이 걸렸지만 이젠 도로와 기차를 이용하면 2∼3일, 비행기는 하루면 된다.”

시닝에서 만난 운수업자인 왕쥔궁(王俊功·53) 씨의 얘기다. 중국 서부의 동서남북 구석구석에다 철도와 도로를 잇는 ‘팔종팔횡(八縱八橫) 오종칠횡(五縱七橫)’ 프로젝트로 서부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2000년부터 서부 지역에 신설한 고속도로만도 5000km. 경부고속도로의 11배가 넘는다. 일반도로는 8만6000km로 고속도로의 17배가 넘게 신설됐다. 또 2009년 완공 예정인 싼샤 댐의 건설로 상하이까지 ‘수상 고속도로’가 탄생한다.

▽‘오라, 서부로’=중국 정부의 서부 지역 인프라 건설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45억여 명의 유라시아 시장을 대중화경제권으로 엮기 위해 서부를 배후 생산기지로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이용하는 차량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골길까지 4차로로 도로를 뚫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류성춘(劉盛春) 칭하이더성(靑海德盛)투자공사 이사장은 “인프라는 경제를 움직이는 기본 동맥”이라며 “1000년간 잊혀져 있던 서부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만큼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 기업으로서도 이곳이 투자가치가 대단히 높은 지역이 될 것임을 확신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서부대개발 계획은▼

서부대개발은 50여 년간 한국의 5년치 예산액을 웃도는 1조 달러(약 1050조 원)를 투입해 낙후된 서부를 동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중국 정부의 원대한 구상이다. 21세기 세계 최대의 프로젝트다.

내부적으로는 동서 간 균형발전을 통해 조화로운 사회를 이룩하자는 것. 외부적으로는 자원보고(寶庫)이자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인 서부를 중화경제권의 배후기지로 만들어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에 맞서는 팍스 시니카를 건설하자는 야심찬 계획이다.

서부대개발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을 정점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의 핵심 정책이지만 2세대 지도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이 ‘동부 연해지역의 선부론(先富論)’을 주창했을 당시 나온 구상으로 1999년 당시 장쩌민(江澤民) 주석의 지시에 의해 2000년부터 시작됐다.

서부대개발은 크게 3단계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다.

1단계의 전반기(2000∼2005년)는 인프라 구축이 최우선이며 후반기인 2010년까지는 인프라 확충과 외자유치, 2단계인 2020년까지는 연소득 3000달러 수준의 ‘샤오캉(小康)사회’ 건설, 마지막 2050년까지는 1인당 주민 소득을 1만 달러까지 끌어 올린다는 것이 기본 목표다.

특별 취재팀

반병희 차장(팀장·국제부)

하종대 기자(사회부) 이호갑 기자(국제부)

이은우 기자(경제부) 이정은 기자(정치부)

원대연 기자(사진부) 김아연 정보검색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