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패션 70s’ 인기몰이 주역 천정명-김민정 더블 인터뷰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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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패션 70s’(극본 정성희, 연출 이재규)이 최근 27%(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히트 드라마의 상징인 30%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패션 70s’ 시청률 상승의 중심에는 ‘장빈’ 역으로 등장하는 탤런트 천정명과 ‘고준희’ 역의 김민정이 서 있다.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연기와 사랑에 관한 두 사람의 얘기를 들어봤다.》

▼‘터프가이’ 장빈역 천정명▼

너무 화려해 약간은 느끼한 꽃무늬 셔츠, 여자들도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꼭 달라붙는 판탈롱 바지, 여기에 셔츠 위 단추를 3개 정도 푼다면? 보는 사람이 오히려 민망해할 패션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는 신인 배우가 있다.

SBS 드라마 ‘패션 70s’에서 반항아 ‘장빈’ 역을 맡은 천정명(26). 1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난 그에게 첫 질문으로 패션에 대해 물어봤다.

“초반에는 아주 부담스러웠어요. 막 풀어 헤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재규 감독님이 자꾸 절 벗기시더군요(웃음). 하도 타이트한 옷을 입다 보니 배에 힘을 주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연기를 할 때 대사가 잘 안 나오더라고요.”

‘패션70s’의 장빈과 배우 천정명의 매력은 ‘이중성’이다. 장빈은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세상을 무시하며 상대방을 배려할 줄 모르는 반항아지만 더미(이요원)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양면성을 보인다. 빈이 보여 주는 ‘한 여자만 죽도록 사랑하는 제임스 딘 이미지’에 열광하는 여성 시청자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사실 저는 부드러운 편입니다. 장빈처럼 무뚝뚝한 성격은 아니에요. 나이에 비해 얼굴이 어려 보여 고등학생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고요. 하지만 장빈 역할은 맘에 들어요.”

그의 말처럼 선해 보이는 큰 눈과 느린 말투, 순진한 표정 때문에 반항아 장빈 역이 안 어울릴 수 있지만 ‘언밸런스’한 터프함은 오히려 여성들에게 보호본능을 일으킨다. 하지만 연기가 아직 어색하다는 평도 있다.

“반항아 말투의 영향도 있습니다. ‘쓰레기통에 처박힌 인생’ ‘한번 날 꽂아 보라고’ 등 장빈의 대사가 저한테는 안 맞을 때가 종종 있거든요.”

극중 장빈의 테마는 ‘짝사랑’. 실제로도 한 여자를 맹목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지, 더미와 준희(김민정) 중 누가 더 이상형에 가까운지를 물었다.

“(짝사랑이라면) 빈이처럼 집요하진 못해요. 좋아하는 사람은 세심하게 배려하는 성격이기는 합니다만…. 이상형은 더미처럼 순수하면서 똑똑한 여성이 좋습니다. 하지만 극중에서는 동영과 더미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빈이는 결말에 멋지게 죽었으면 좋겠어요.”

2000년 한 청바지 회사의 모델로 데뷔한 천정명은 2004년 KBS ‘북경 내 사랑’에 이어 최근 개봉된 영화 ‘태풍태양’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천정명은 자기처럼 짝사랑으로 고민하는 고준희(김민정)에게 기자를 통해 말을 던졌다.

“지난번 탱고 신 두 달 동안 같이 어렵게 연습했는데 촬영 당일 민정이 너 발목이 안 좋아서 생각만큼 제대로 못 찍었지. 그때 네가 많이 아쉬워하는 모습 보니까 마음이 안 좋았어. 요즘 더미만 따라다닌다고 내게 ‘더미만 좋으면 가버려∼’라고 심술부리는데, 앞으로 준희도 바라볼 테니 질투하지 마. 하하.”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슬픈 여인’ 고준희역 김민정▼

사진 제공 SBS

“…앞으로 준희도 바라볼 테니 질투하지 마”라는 말을 받은 고준희 역의 김민정은 너털웃음으로 릴레이 인터뷰를 이어갔다.

“하하. 됐어요. 됐다고 전해주세요. 안 그래도 지금 동영(주진모) 오빠 쫓아다니는 게 너무 외로워서 힘든데 놀리지 마세요. 장빈 오빠가 나 쫓아다닐 일 절대 없을 거예요.”

웃으며 시작한 인터뷰. 그러나 ‘힘들다’는 하소연이 쩌렁쩌렁 귀에 울렸다. ‘패션70s’ 촬영 때문에 4일 연속 밤을 새운 후유증 때문이다. 푸석푸석한 피부, 멍한 머리, “요새 입맛 없어요”라는 투정까지. 그러나 김민정은 육체적 고통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한다.

“‘고준희’라는 캐릭터 자체가 복잡 미묘해요. 자존심도 세고 겉으로 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약하고 여린 여자. 그게 바로 준희죠. 그래서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을 잘 조절해 연기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요.”

김민정이 맡은 ‘고준희’는 화려한 패션 디자이너를 꿈꾼다. 그러나 외향적인 화려함과 달리 속으로는 한없이 끙끙 앓는다. 대통령보좌관 김동영에 대한 짝사랑 때문이다.

“저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푹 빠지는 스타일이에요. 헤어지면 몇 년간 그 사랑을 잊지 못하기도 하죠. 하지만 짝사랑의 경우는 아니에요. 상대에게 마음이 있어도 그 사람이 제게 마음이 없다고 하면 멋지게 정리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준희가 동영 오빠를 짝사랑하는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아요.”

그러나 그녀는 화려한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 ‘고준희’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패션에 대한 김민정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학창시절 장래희망이 디자이너였어요. 엄마 옷을 혼자서 자르고 꿰매고 하다 많이 혼났죠. 이번 드라마에서 제가 입고 나오는 옷들은 제 코디네이터와 함께 결정한 것들이에요. 촬영 틈틈이 패션 잡지 보는 것은 기본이죠. 드라마에 나오는 ‘아세아 복장학원’처럼 진짜 디자인학원에서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아역 탤런트로 출발해 연기생활 16년째. 하지만 ‘중견 탤런트’라 하기에 김민정에게는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앳된 모습이 남아있다. 경력만으로는 고참이지만 ‘연기’라는 말에 아직도 그녀는 긴장한다.

“연기는 ‘바람’ 같아요. 어떨 땐 무지 차갑고 어떨 땐 시원해서 기분 좋기도 하지만 갈수록 복잡하고 알수록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 ‘연기’인 것 같습니다. 항상 고민스럽다고 할까요.”

인터뷰 말미에 그녀는 릴레이 인터뷰의 바통을 넘긴 천정명에게 ’짝사랑’ 동지로서의 제안을 했다.

“정명 오빠. 요새 더미 쫓아다니느라 우리 자주 못 만나는데 언제 한번 다시 만나서 탱고 멋지게 출까요? 하하.”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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