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같은 거짓이야기’…페이크 다큐 ‘목두기 비디오’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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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를 사실인 것처럼 꾸며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페이크 다큐’ 영화인 ‘목두기 비디오’. 사진 제공 동숭아트센터
허구를 사실인 것처럼 꾸며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페이크 다큐’ 영화인 ‘목두기 비디오’. 사진 제공 동숭아트센터
훗날 걸작 ‘시민 케인’(1941년)을 만든 오손 웰스는 1938년 미국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H G 웰스의 소설 ‘우주전쟁’을 각색해 마치 화성인이 지구를 습격한 것처럼 가짜 뉴스를 내보냈다. 당시 이를 실제상황으로 받아들인 많은 청취자가 가게에서 식료품을 사재기하는 등 소동을 벌인 것은 이제 전설이 됐다.

영화계에서는 이 사건을 ‘페이크 다큐(fake docu)’ 혹은 ‘모큐멘터리(mocu-mentary)’의 효시로 본다. ‘페이크(가짜)’, ‘모크(mock·흉내)’라는 단어가 보여주듯 페이크 다큐(모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처럼 꾸민 거짓 이야기를 뜻한다.

1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개봉하는 ‘목두기 비디오’(2003년·상영시간 52분)는 한국 영화로는 보기 드문 페이크 다큐다. 2003년 당시 인터넷에서 이 영화가 돌아다닐 때 사람들은 이것이 실제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을 벌였다.

서울 변두리 한 여관방에 설치한 몰래카메라에 남매로 보이는 귀신 얼굴이 잡히고 ‘아버지’라는 소리가 잡힌다. 비디오 제작사인 ‘목두기 프로덕션’의 이민형 PD는 귀신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여관 주변부터 취재해 들어간다. 그리고 이 귀신들이 20년 전 부산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사건과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된다.

‘목두기 비디오’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형식과 이야기 전개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성우의 내레이션과 얼굴을 가리는 모자이크 처리, 몰래카메라를 암시하는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카메라 각도, 음성 변조 등이 그렇다. 이 영화를 보면 두 번 놀랄 준비를 해야 한다. 첫째는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의 깜짝 쇼나 피를 뿜으며 잘리는 인간의 육체보다, 정체불명의 피사체나 확인 불가능한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더 공포를 자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목두기 비디오’는 얄미울 만큼 영리하게 이 공포를 잡아낸다.

둘째는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면서 출연자들이 사실은 다 연기자였음을 알게 될 때다. 감쪽같은 그들의 ‘연기’는 정말 놀랍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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