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재윤]히딩크와 본프레레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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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 감독이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가 입국하던 12일 오후 인천공항에는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연출한 그의 인기는 여전했다.

그러나 월드컵 개막 1년 전만 해도 히딩크 감독은 ‘동네북’이었다.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5-0으로 참패한 뒤 그에게는 ‘오대영’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축구팬들은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를 너무 모른다”며 “더 늦기 전에 바꾸자”고 주장했다.

히딩크 감독을 광고모델로 쓰던 모 신용카드사는 광고를 중단했다. 히딩크 감독은 국정감사장에서도 ‘안줏감’이 됐다. 한 의원은 “일본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보다 훨씬 많은 돈을 주고 데려왔는데 지금까지 해 놓은 것이 뭐가 있느냐”며 그의 지도력을 의심했다.

공교롭게도 2006 독일 월드컵을 1년 앞둔 요즘 4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축구팬 3명 중 1명이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회원들도 54%가 “그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 본프레레 감독 기사가 뜨면 ‘조봉래(조 본프레레 감독을 한국식으로 우습게 부르는 이름)는 집에 가라’, ‘한국 축구를 망치려고 온 자다. 어서 바꿔라’ 등 온갖 비난과 욕설이 담긴 댓글이 순식간에 수십, 수백 개씩 붙는다.

많은 사람이 본프레레 감독과 히딩크 감독을 비교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위상은 너무나 다르다. 히딩크 감독은 축구협회와 프로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1년 반 동안 절대권한을 갖고 선수 소집, 해외 원정,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 등을 치렀다. 아쉽게도 본프레레 감독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 선수 소집을 할라치면 프로구단의 반대에 부닥쳐야 하고 A매치를 앞두고도 선수 전원을 모아 손발을 맞출 수 있는 기간은 사나흘 정도에 불과하다.

국민의 성원도 2002 한일월드컵만큼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 감독 영입 등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기에는 남은 1년이 너무 짧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감독과 선수들에 대한 꿋꿋한 믿음과 뜨거운 응원이 아니었을까.

정재윤 스포츠레저부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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