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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윤증현 對 강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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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윤증현 對 강철규

동아일보입력 2005-07-14 03:08수정 2009-10-0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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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집념을 끈질기게 표출하고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큰 과오(過誤)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두 사람 가운데 누가 국익(國益)에 더 도움이 되는 정책 당국자일까.

공정위는 그제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소유지분과 의결지분을 공개했다. 대기업 오너들이 소유지분의 7배나 되는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부각시켜,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정당하다는 공감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강 위원장은 이런 ‘잘못된’ 지배구조가 경제력 남용, 기업 경쟁력 약화, 기업 가치의 저평가 등을 낳는다고 줄기차게 말하고 있다.

강 위원장이 대표적인 표적으로 삼고 있는 삼성그룹의 주력기업인 삼성전자는 마침 그제 미국 포천 잡지가 발표한 세계 기업 순위에서 39위를 차지했다. 이는 재작년 59위, 작년 54위에서 더욱 급상승한 눈부신 성취다. 삼성전자는 세계 50위 안에 드는 최초의 한국 기업이 됐다. 소니는 47위로, 몇 년 전만 해도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던 삼성전자에 8단계 뒤처졌다. 현대자동차도 92위로 세계 100대 기업에 진입했다.

삼성전자의 성공은 이건희 회장, 윤종용 부회장, 황창규 사장, 이기태 사장 등의 경영비전과 실전(實戰)능력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오너와 전문경영인들이 나름대로 최적(最適)이라고 판단한 역할분담형 지배구조를 통해 끊임없이 인재를 모으고 혁신을 꾀했기 때문에 오늘의 삼성전자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세계적 무한경쟁시대의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가까운 이웃나라만 봐도 대만은 물론이고 일본의 일류기업들까지 삼성의 지배구조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강 위원장과 달리 윤 위원장은 “어떤 지배구조가 가장 효과적이고 이상적인지는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해 세금을 많이 내고, 종업원에게 높은 임금을 주고, 주주에게 높은 배당을 해서 사회에 많이 환원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가이익에 도움을 주면 그것이 강하고 좋은 지배구조라는 얘기다.

강 위원장의 잣대로 보면 한국에도 삼성 LG 현대보다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성장이 둔해 일자리와 국부(國富) 창출 능력이 삼성의 10% 또는 1%도 안 된다. 강 위원장은 삼성 LG 현대도 이처럼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들을 닮기를 바라는가.

세계적으로 기업 지배구조에는 유일한 정답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도 나라마다 다르다. 같은 국가 안에서도 기업마다 천차만별이다. 일본의 도요타만 보더라도 오너 중심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다시 오너계의 영향력이 강화된 체제로 ‘생존과 발전’을 위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보다 정권 지배구조를 더 걱정해야 할 처지다. 고위관료들이 대통령의 코드에 정책을 꿰맞추기 바쁘고, 여당은 대통령 편지 한 줄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은 정부와 공기업 요직에 내 사람 심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인치(人治)행태가 시스템을 무너뜨려 정책의 유효성과 공공 부문의 경쟁력을 추락시키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아시아국가 중에서 사실상 꼴찌다. 중국은 9.5%, 인도네시아 홍콩 말레이시아는 5∼6%대, 필리핀 태국 대만은 4%대를 기록했는데 한국은 2%대였다. 이런 결과에는 대기업들의 잘못된 지배구조 탓이 더 클까, 강 위원장 같은 사람이 득세하는 정부 탓이 더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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