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허경미]軍 철조망 뜯는 시위대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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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하워와 맥아더 장군은 둘 다 불세출의 영웅이지만 그들에 대한 대우가 사뭇 달라서 비교가 된다. 아이젠하워 장군이 제2차 세계대전의 연합군사령관으로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총지휘해 나치 독일의 망령을 유럽에서 몰아낸 인물이라면 맥아더 장군은 6·25전쟁의 유엔군사령관으로서 인천상륙작전을 통하여 한반도의 공산화를 저지했다.

맥아더 장군의 공을 기려 인천 자유공원에 세운 그의 동상이 수난을 겪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냉전시대의 산물’, ‘제국주의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며 그의 동상을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니 듣기에 민망스럽다.

지난해 노르망디 상륙작전 6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한 행사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포함하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 16개국 정상들이 참석하여 아이젠하워 장군과 병사들의 숭고한 정신과 용기를 기린 것에 견주어 보면 맥아더 장군의 처지는 참으로 딱하기만 하다.

일부 시위대는 상당히 과격한 방법으로 의사 표시를 하기도 한다. 광주공항에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를 반대하는 시위대는 5월 공군 제1전투비행장(광주공항)에 진입하기 위해 부대의 철조망을 800m가량 뜯어냈다. 공군은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를 상대로 “시위대가 파손한 철조망 값을 물어내라”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는 소식이다.

며칠 전 경기 평택시에서는 미군기지 확장 저지에 나선 시위대와 이를 막던 전투경찰이 충돌해 적지 않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경찰이 과잉 진압했다”며 경찰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고 나섰고 이에 경찰 측은 “과격시위에 대한 대응”이라며 맞서고 있다. 평택 사건의 경우 “평화적 시위를 해 달라”는 호소문이 사전에 나왔음에도 불상사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처럼 일련의 시위가 불법적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강력하고 엄정하게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 같지는 않다. 경찰 1만여 명을 배치하고도 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의해 치외법권의 경계를 이루는 우방국의 공공시설이 파손되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으니 사유가 어떠하든 국제법상 상호존중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고사하고 우방국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집회 및 시위를 통한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률로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시위에서도 금도(襟度)는 지켜져야 한다. 군부대의 담을 허물고 부대에 진입하는 방식으로 시위한다면 군은 어떻게 대응하라는 것인지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최근의 시위는 민주와 평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폭력적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안보시설을 파괴하기도 한다.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흔드는 반체제적 성격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그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만 키울 뿐이다.

민주와 평화라는 목적과 명분을 내세워도 그것을 이루는 수단과 방법이 불법과 폭력이라면 민주와 평화에 대한 주장은 공허하다는 것을 우리는 몸으로 체득해 왔다. 역사도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제 성숙한 시위문화를 가질 때도 되었다. 정부 역시 폭력적 시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공권력을 보여줄 때이다. 더 이상 물러날 저지선은 없다.

“…미래를 바라보는 동시에 과거를 잃지 않는 힘을 주소서…”라는 맥아더 장군의 기도문이 새삼스럽다.

허경미 계명대 교수·경찰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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