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업 10 이렇게 뚫는다]<6>KT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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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민영화된 KT는 입사 3, 4년차 사원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젊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콜센터를 방문해 서비스 교육을 받고 있는 신입사원들. 사진 제공 KT
2002년 민영화된 KT는 입사 3, 4년차 사원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젊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콜센터를 방문해 서비스 교육을 받고 있는 신입사원들. 사진 제공 KT
KT는 유선전화시장은 물론 초고속 인터넷시장에서 주도적인 사업자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 종합정보통신 회사다.

KTF 등 6개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2002년 5월 정부 지분을 완전 매각해 민영화됐다. 올해 2월에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사업권을 획득해 명실상부한 유무선통합사업자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창조적 자유인’이라는 인재상을 지닌 KT의 입사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 솔직하고 일관되게

KT는 올해 350여 명의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신입사원은 올해 상반기에 80명을 선발했다. 10∼11월 실시될 예정인 하반기 공채에서는 100여 명을 뽑을 예정이다. 나머지는 경력사원.

채용 과정은 서류전형→인성 및 적성평가→실무진 면접→임원 면접 등 4단계로 진행된다. 서류 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에 지원동기, 성격의 장단점, 입사 후 포부 등을 자세하게 적는 것이 좋다.

정준수 인사기획부장은 “자기소개서는 특히 꼼꼼하게 평가하므로 성실하게 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올해 신입사원의 경우 수도권 이외 대학 출신자가 50%나 될 정도로 출신대학에 따른 우대나 불이익이 없다”고 말했다.

2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인성 및 적성평가는 인성검사와 직무역량평가로 나뉘며 ‘예’, ‘아니요’로 답하면 된다.

400개 문항으로 구성된 인성평가에서는 ‘나는 기계 분야를 다룬 잡지를 좋아한다’ ‘내 일상생활은 재미있는 일로 가득 차 있다’ 등과 같은 질문이 주어진다. 350개 문항이 제시되는 직무역량평가에서는 고객지향성, 혁신마인드, 도전정신, 신뢰성, 팀워크 등을 평가한다.

질문은 ‘목표달성기한을 세우지 못하거나 기한을 넘긴다’,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한 뒤 책임감과 확신을 갖고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등이 주어진다.

중간 중간 함정질문이 있어 솔직하고 일관되게 답변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 다양한 인재 선발

실무진 면접에서는 인성평가에서 실시했던 조직 적응능력, 대인 관계, 스트레스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진다.

‘조언과 도움을 구하려는 요청을 받은 경험과 본인이 제시한 방법, 결과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와 같은 질문이 제시되기도 한다.

그룹토론에서는 ‘인터넷 실명제’ 등과 같은 시사 현안을 놓고 5, 6명의 지원자가 50분간 토론을 벌인다. 임원 면접에서는 인성, 태도, 가치관에 대해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KT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는 지역기관장 추천, 전국 규모 공모전 수상자, 공인회계사, 변리사, 공인노무사, 세무사, 정보기술(IT) 분야 전문자격증 소지자 등 다양한 인재를 선발한다. 해외 다국적기업이나 국내기업에서 IT 관련 인턴 경험을 한 지원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또 해외 사업을 확대함에 따라 매년 30여 명의 해외 대학 출신자를 채용하고 있다.

○ 구체적 사례 들어 자신감 있게

KT에 지원하려면 IT 분야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중요시하고 소신을 갖고 자신 있게 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동아리 활동을 하며 힘든 점이 없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면 힘들었던 사례를 든 뒤 극복 과정과 이후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이야기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한 지원자는 “동아리에서 중요한 수련회(MT)를 가기로 했는데 개인적인 약속이 많아 참석하기 어려웠지만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동아리 MT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뒤 MT에 다녀왔다”고 답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희망 근무지를 묻는 질문에 특정 지역을 답하기보다는 “지역은 상관없으며 IT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해 입사했다”고 말한 지원자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가끔 의도적으로 ‘상경계 출신자도 아닌데 마케팅을 할 수 있겠느냐’ ‘로또에 당첨되면 회사에 다닐 거냐’와 같은 돌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때는 흥분하거나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답변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KT 인턴출신 방은비씨 “6개월 인턴시절 아이디어 경쟁”▼

“KT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보니 ‘꼭 입사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평등한 분위기에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에 매료됐어요.”

올해 1월 입사한 방은비(24·사진) 씨는 6개월의 인턴 과정을 거쳐 선발됐다.

통신기술직으로 입사한 방 씨는 현재 영업부 신사지점에서 고객 관리와 확장 업무를 하고 있다.

신입사원은 누구나 1년간 영업부에 배치돼 일하는 것이 KT의 방침.

이화여대에서 물리학, 멀티미디어학을 복수 전공한 방 씨는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KT 솔루션 사업단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인턴사원은 학교 추천→서류전형→면접을 거쳐 모두 10명이 선발됐다.

방 씨는 2003년 여름방학 때 공기업에서 2년간 인턴으로 일하고 영국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하며 커피전문점 일도 했다.

“KT에서는 인턴에게 단순 업무를 시키지 않았어요. 신규 서비스를 기획하고 기존 서비스에 대한 개선안을 내는 것이 과제로 주어졌죠.”

방 씨는 영화, 게임, 어학 수업 등 등 각종 콘텐츠를 내려받을 때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에 인증 칩을 넣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또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직장인들이 헬스클럽, 스키장, 게임 등을 즐긴다는 점에 착안해 레포츠, 각종 콘텐츠 등 주제별로 분류해 이를 즐길 수 있는 기능을 첨가하자는 의견을 냈다.

방 씨의 제안은 실제 업무에 반영되기도 했다.

“학교 취업센터에 공고가 나서 경험을 쌓기 위해 지원을 했어요. 성별이나 학력에 관계없이 실력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를 보면서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특히 여성들이 부장, 임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열심히 하면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었어요.”

인턴사원 10명 중 2명이 정식 직원으로 뽑혔다.

현재 방 씨가 맡고 있는 영업 업무는 결코 쉽지 않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고객이 이탈하면 다시 이를 ‘탈환’해야 하는 등 그야말로 ‘처절하게’ 싸워야 하기 때문.

때로 무시를 당하거나 거칠게 대하는 고객을 만날 때면 서러워질 때도 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내고 있다.

“직접 서비스를 판매해 보고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서비스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게 됐어요. 지금의 경험은 앞으로 직장 생활에서 소중한 자양분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기획파트에서 일하며 본격적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싶어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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