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北 ‘중대제안’ 제네바합의 再版안돼야

  • 입력 2005년 7월 13일 0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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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했던 ‘중대 제안’의 내용을 25일 만인 어제 국민 앞에 공개했다. 핵 폐기를 조건으로 200만 kW의 전력(電力)을 직접 송전한다는 것이 요지다. 제안에는 ‘체제 안전에 대한 미국의 보장’ 약속도 사실상 담겨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대규모 경협(經協)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 경제가 중국, 베트남 같은 ‘성장형’으로 바뀌도록 지원한다는 복안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판(版) ‘마셜 플랜’이라 할 만하다.

이 제안은 핵 ‘폐기’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핵 ‘동결’을 전제로 했던 1994년 북-미 간 제네바 기본합의보다는 조건의 수위가 높기는 하다. 그러나 핵 폐기 조건을 북한이 겉으로 받아들이더라도 행동으로 지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북한은 제네바 기본합의의 틀 속에서도 비밀리에 핵을 개발했고, 2002년 이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제네바 합의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됐다. 이번에도 이런 상황이 되풀이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북한은 이달 말 6자회담에서 핵 개발의 ‘과거’는 묻지 말라며 핵 보유를 추인(追認) 받으려 하거나, 고농축우라늄(HEU) 핵 개발 프로그램의 존재를 아예 부인할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정부는 ‘민족 공조’에 매몰되지 말고, 관련국들과 공조해 ‘이번이 핵 폐기 결단의 마지막 기회’임을 북측에 분명히 전해야 한다.

‘퍼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국민적 합의도 중요하다. 2008년부터 전력을 지원하려면 당장 송전선로와 변전시설을 건설해야 하는데, 이에만도 1조5000억 원 이상이 필요하고 보수유지비가 계속 추가된다.

‘마셜 플랜’을 통해 북한 경제가 바뀔지도 의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유럽에 대한 마셜 플랜도 사회주의 방식으로 경제를 운용한 나라에서는 효과가 없었다. 북한이 개혁 개방에 나서지 않는 한 궁극적으로 경제 회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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