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전력 北공급]‘南에 에너지 종속’ 北이 수용할까

  • 입력 2005년 7월 1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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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전기로 불밝힌 개성공단북한 개성공단에 본격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에 앞서 한국전력공사가 개성공단의 배전시설 등에 불을 밝히고 막바지 공사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南전기로 불밝힌 개성공단
북한 개성공단에 본격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에 앞서 한국전력공사가 개성공단의 배전시설 등에 불을 밝히고 막바지 공사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정부가 북한 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꽁꽁 숨겨 왔던 ‘중대 제안’의 보따리 속에는 전력 공급이라는 단일 품목만 들어 있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이것이 정말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카드인지, 과연 북한을 비롯한 6자회담 관련국들이 흔쾌히 수용할 것인지 많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전력 말고 더 없나=12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의 발표 직후 기자들 사이에선 ‘정말 이게 전부인가’라는 의문이 줄을 이었다.

정 장관은 “이게 핵심이자 전부”라며 더는 없다고 못 박았다. 관련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단독으로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관련국과 협의해서 함께 할 부분도 있다”고 해 온 정부의 주장과 다른 것이다.

뭔가 관련국들과 협의가 덜 끝난 ‘플러스 α’가 남아 있거나, 관련국들의 즉각적인 동의를 얻지 못한 부분이 빠졌을 수 있다는 심증이 가는 대목이다. 전력 이외의 에너지 지원,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이를 위한 국제적 자금 동원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경우, 남한의 전력을 직접 북한에 제공하고 송전시설까지 건설해 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국제사회로 끌어내기 위해 그 정도의 지원은 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방적인 퍼주기일뿐더라 남북한의 배전 시설이 틀려 이를 서로 연결할 경우 남한쪽의 전력망도 불안해질 염려가 있는 등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에 전력을 제공하는것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찬성
반대
잘 모르겠다


▶ 난 이렇게 본다(의견쓰기)
▶ “이미 투표하셨습니다” 문구 안내

▽북한이 받을까=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북한이 이를 핵 폐기의 대가로 흔쾌히 수용하겠느냐는 것이다. 정 장관이 지난달 17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직접 제의했을 때 김 위원장은 “신중히 연구해 답을 주겠다”고 했으나 아직 공식 반응은 없는 상태다.

북한이 가장 고심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이를 선뜻 수용할 경우 에너지를 절대적으로 남한에 의존해야 한다는 부담일 것이다. 만약 남북관계가 경색돼 남한이 송전을 중단해 버리면 북한 경제는 완전히 멈추게 되는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광복 이후 상대적으로 전력 사정이 나았던 북한이 1948년 5월 남한에 대한 전기공급을 최종 중단하는 바람에 남한이 암흑천지에 빠졌던 일도 있다. 이 때문에 50여 년 전과는 처지가 달라진 북한이 당시의 사정을 거꾸로 되짚어 보면서 중대 제안의 수용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한의 대북 송전을 국가 및 체제의 생존 차원에서 끌어안고 있는 핵 카드를 포기하는 대가로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하다고 여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체제 안전 및 미국과의 우호관계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동시에 요구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관련국 반응=무엇보다 미국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여러 차례 매년 50만 kW의 전력 공급을 요청했으나 미국의 부정적인 반응 등으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전력 지원에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아시아 순방 도중 중대 제안에 대해 “유익하고 긍정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정부가 이미 미국과 사전 협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동의는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대 제안 그 자체보다는 이와 함께 수반돼야 할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과 북-미 우호관계 수립에 대해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더 관심사이다. 정 장관도 이 부분이 중대 제안과 결합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 장관은 “관련국들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이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과연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상응 조치에 흔쾌히 응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국민 공감대 없이 ‘혈세 퍼붓기’ 논란

6자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대북(對北) ‘중대 제안’의 내용이 한국의 독자적인 송전으로 밝혀짐에 따라 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과연 얼마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얼마가 들며, 재원은 어떻게?=정부가 200만 kW의 전력을 북한에 직접 송전 방식으로 제공할 경우 기본비용만 △경기 양주시∼평양 송전선로 건설 5000억 원 △역류방지장치및 변전설비 비용 1조 원 등이 든다.

여기에 공사기간을 3년으로 잡을경우 부대비용 등을 모두 포함하면 줄잡아 2조 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지속적인 송전에 필요한 발전비용이 추가로 든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화력발전소를 지을 경우 발전소 건설에 2조 원, 200만 kW 전력 생산에 1조원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송전방식이 더 경제적인 에너지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예산은 현재 남북교류협력기금의 경수로 계정.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경수로 사업이 계속될 경우 매년 지출하도록 되어 있는 협력기금을 확대해 대북송전 예산항목을 별도로 편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에 따라 100만 kW급 경수로 2기를 북한 신포시에 건설하는 데 드는 총공사비 50억 달러(약 5조 원) 중70%인 35억 달러를 분담하게 돼 있다. 이 중 약 11억2000만 달러는 이미 집행한 상태이므로 나머지 24억달러를 대북 직접 전력공급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재원 마련과 기술적 검토의 미비=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결국 국민의 혈세를 이용해 국고(國庫)에서 대북에너지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북 경수로 지원비용이 비록 정부의 예상 지출로 잡혀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2조 원 정도를 대북 직접송전에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은 적지 않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金泰宇)군비통제연구실장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친 뒤 예산에 편성하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전 방식의 대북 전력 지원과 관련해 다양한 측면의 기술적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점.

한국전력 관계자는 12일 “대북 중대제안 과정에서 한전과는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정치권 반응=정부의 중대 제안발표에 대해 열린우리당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핵문제를 조기에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동당 홍승하(洪丞河) 대변인은 “정부가 중대 제안을 들고 적극적으로 북-미 양국 사이에서 중재노력을 기울여 6자회담 재개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민적 공감대와 투명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구두논평을통해 “2조 원이 넘게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일이 여야 합의나 국민적 공감대를 거치지 않고 이뤄진 점은 앞으로 논의해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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