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산세고지서 발부 첫날…서민에 고통주는 ‘苦知書’

  • 입력 2005년 7월 1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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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인상폭이 나보다 훨씬 잘사는 강남 친구에 비해 3배나 많다는 게 말이 됩니까.”

서울 광진구 광장동 주공아파트 25평형에 사는 신모(45) 씨는 12일 도착한 7월분 재산세 고지서를 받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에는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합쳐 32만6710원을 냈는데 올해는 46만8860원으로 14만 원을 더 내야 하기 때문.

신 씨는 “서초구 서초동 40평형대에 사는 친구의 재산세는 5만2000원 올랐다는데 어떻게 작은 평수의 인상폭이 더 클 수 있느냐”고 따졌다.

12일부터 서울시내 각 가정으로 7월분 재산세 고지서가 도착하면서 이를 받아본 시민들은 “경제는 나쁘고 월급도 안 오르는데 정부는 세금만 받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정부의 세제개편 이후 재산세가 오른다는 점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실제 고지서를 받고 보니 체감 정도가 훨씬 높았던 것.

영등포구 신길동 삼성아파트 42평형에 사는 김모(42) 씨는 “집은 40평대지만 4년 전 입주한 후 지금은 분양가보다도 집값이 떨어졌는데 재산세만 오르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36만2880원을 냈지만 올해는 16만여 원이 오른 52만4040원을 내야 한다.

또 영등포구 당산동 유원아파트 27평형에 사는 주부 김모(35) 씨는 “아파트 투기를 한 적도 없고 강남 지역도 아닌데 재산세가 40% 가까이 올랐다”며 “고지서(告知書)가 아니라 고지서(苦知書)”라고 말했다. 김 씨의 경우 지난해에는 재산세와 종합토지세가 10만4630원이었지만 올해는 15만 원이 부과됐다. 그나마 구청이 20%의 탄력세율을 적용해 줄어든 액수.

실제로 서울시가 11일 발표한 ‘2005년 서울시 재산세 부과 결과’에 따르면 18평 초과∼25.7평까지의 중소형 아파트 보유자 중 80%가 지난해보다 30% 이상 인상된 재산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7.5평 이상 대형아파트 보유자 중 70%는 지난해보다 재산세액이 감소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부터 서울시내 각 구청 세무과에는 재산세 문의와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민원을 우려해 8일 뒤늦게 탄력세율 적용을 결정한 강북구는 세금을 다시 계산하느라 문의 전화에 답변조차 못했다.

강북구 세무과 측은 “세금 인상에 대한 반발을 우려해 뒤늦게 구의회가 탄력세율 적용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지금은 문의에 답변도 못하는 상황 때문에 되레 원성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구는 14일경에나 고지서를 발부할 예정이다.

노원구 세무과 관계자는 “고지서가 각 가정에 도착한 12일 오후부터 문의 및 항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다음 주까지 전 직원이 휴가는 고사하고 출장도 연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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