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3년9개월만 워크아웃 조기졸업

  • 입력 2005년 7월 12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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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가 3년9개월 만에 채권단 공동관리에서 공식적으로 벗어났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12일 "하이닉스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조기졸업의 전제조건을 모두 충족해 기업 구조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채권 금융기관 공동관리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2006년 말 까지로 예정됐던 공동관리 시기를 약 1년6개월 앞당겨 졸업한 것으로 앞으로는 독자생존의 길을 걷게 됐다.

하이닉스는 2001년 10월 반도체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천문학적인 부채 규모를 감당하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었다.

● 하이닉스가 걸어온 길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한 '반도체 빅딜'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경제정책 가운데 대표적 실패사례로 꼽힌다. 현대로서도 당시에는 '대어(大魚)를 낚았다'고 여겼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하이닉스는 1999년 빅딜로 LG반도체를 인수하는데 성공했지만 합병 직후 부채가 15조8000억원(1999년10월 기준)으로 늘어나 이미 유동성 위기의 조짐을 보였다.

때마침 반도체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옛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이 겹치면서 하이닉스는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다.

채권단은 '대마불사'의 상황논리에 떠밀려 대대적인 채무조정에 들어가 2001년 3조원, 2002년 1조8000억원의 대출금을 자본으로 바꿔주는 출자전환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이자상환 부담이 크게 줄었고 반도체 경기호전을 기다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이후 노사가 힘을 합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문을 모두 매각했다.

2003년 말부터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면서 2003년 1조7450억원 적자에서 2004년 1조692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도 1조원 이상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돼 하이닉스는 '생존 논쟁'에서 벗어났다.

● 누가 새 주인 될까

채권단은 12일 '출자주식 공동관리협의회'를 구성해 보유지분(약 74%)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51%는 2007년 말까지 보유하고 23%만 먼저 판다는 방침이다. 방식은 장내매각이 아니라 국내외 투자자에 분산 매각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 언제라도 조건이 맞는 전략적 투자자가 나타나면 경영권을 넘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이닉스는 수년간의 구조조정을 통해 우량기업으로 변신했지만 시가총액(주식수×주가)이 현재 8조8000억원에 이르고 매년 2조원 이상의 설비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수하려면 자금부담이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하이닉스에 넘긴 LG전자가 인수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LG전자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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