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교수 칼럼 전문보기

  • 입력 2005년 7월 12일 14시 17분


코멘트
연정 혹은 거국내각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대통령이 왜 쓸데없는 논란에 불을 지피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 사실 ‘거국내각’은 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것이지요.

지금이야 “거국내각이란 나라를 거덜내는 길”이라 비난하지만, 나라 거덜낸다는 거국내각을 주장한 것은 한나라당이었습니다. 바로 지난 달 한나라당의 박형준 의원과 안경률 의원이 대정부 질의에서 거국내각을 강력하게 제안한 바 있지요.

대통령의 발언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조선일보도 과거엔 거국내각을 역설했지요. 2004년 총선을 앞둔 겨울에 조선일보 김대중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2004년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할 경우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논리대로라면 지금 여당의 과반수가 무너진 지금, 당연히 거국내각을 해야겠지요.

사정은 민주당도 다르지 않아, 한화갑 대표는 올 2월에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은 불가능하나 연정은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하면서, “대통령이 탈당하고 거국내각을 각 정당별로 구성하여 각료를 맡아야 한다”며 거국내각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이 탈당까지 고려하고 계신다니, 민주당도 이제 거국내각에 동참해야 할 처지가 됐네요.

어린 시절 가끔 나뭇가지 위에 종종 개구리가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죠. 듣자 하니 까치란 놈이 기억력이 워낙 나빠 제가 먹이로 잡아놓고선 깜빡 잊어버린 것이라 하더군요.

동물들 중에서도 똑똑한 놈들은 제법 기억력이 길다고 하던데,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까치 수준의 기억력을 자랑하는 우리 정치권, 호모 사피엔스의 수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거국내각” 얘기는 늘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정략의 관점에서 제기되었지요. 과거에 야당에서 주장할 때도 그랬고, 지금처럼 정부여당에서 주장할 때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까치와 까마귀의 오작교 정치, 7월 7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

“입시안 강력 대처, 노 학력 콤플렉스?”

문화일보 김OO 기자가 쓴 기사의 제목입니다.

“노 서울대 관, 논술갈등의 배경?”

이건 중앙일보의 최O 기자가 쓴 기사의 제목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대를 못 나와서 콤플렉스를 갖고 있고, 그래서 서울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났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싶은 억눌린 욕망이 절절하게 느껴지네요.

서울대 입시안에 반대하면, 이제 학력 콤플렉스 가진 사람으로 몰릴 판이네요. 정운찬 총장님 말대로 통합교과형 논술을 도입하면, 대학씩이나 나와 이런 유치한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사라질까요?

=================================================

“언제까지 분노 코드, 패자 코드, 콤플렉스 코드로 대통령 노릇을 할 것인가.”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말입니다.

대통령이 어린 시절 가난하게 살고, 대학을 못 나와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네요. 어린 시절에 한번 가난하고, 한번 돈 없어 대학을 못 간 죄는 사법 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로 살다가 대통령이 되어도 용서가 안 되나 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못 살고 못 배운 죄인들이 어디 대통령뿐이던가요? 못 살고 못 배운 죄인들이 삼가 전대변인께 바라오니, 부디 미용에 신경 써주시옵소서. 미용의 기본은 메이크업이 아니라 구취제거입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