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실용주의’ 바키예프, 빈곤 털어내야 레몬혁명 향기날듯

  • 입력 2005년 7월 1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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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 중심가의 쿠르만베크 바키예프(55·사진) 대통령 선거운동 본부. 유루슬란 토이추베코프 대변인의 “다른 후보들이 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졌다는 평가를 받아서 다행”이라는 담담한 자평처럼 사무실은 흥분 대신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날 95% 개표 상황에서 바키예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88.9%를 득표했다. 3월 ‘레몬혁명’을 주도한 바키예프 대행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몰표로 나타난 것이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결같이 “바키예프 대행에게 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투표율도 74%를 웃돌았다. 국민들은 스스로 이룬 민주화를 선거를 통해 완성해야 한다며 다투어 투표소로 향했던 것이다.

바키예프 대행은 레몬혁명의 진원지인 남부 출신이지만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다. 부인인 타티아나 여사가 러시아계(전 인구의 11%)인 것도 득표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그 앞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다.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국토의 80%가 산악인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다. 별다른 자원도 없다. 바키예프 대행은 톈산 산맥과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이시크쿨 호수 등 아름다운 자연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수력발전으로 에너지난을 해결하고 산업을 일으킬 구상도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자 도입이 급하다.

전략요충지인 키르기스스탄을 둘러싸고 최근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세력 확대를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틈에서 균형을 잡고 국익을 지켜내야 하는 것도 새 대통령의 몫이다.

키르기스스탄에 살고 있는 2만여 명의 고려인 동포에게는 레몬혁명의 여파로 ‘키르기스 민족주의’가 강해지고 있는 것도 걱정이다. 의사인 세르게이 문(35) 씨는 “레몬혁명 당시 일부 시위 군중이 ‘러시아인과 카레예츠(한인)들은 이 나라에서 떠나라’는 구호를 외쳤다”며 키르기스스탄의 민심 변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비슈케크=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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