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베이-아마존, 10살 동갑내기의 명암

  • 입력 2005년 7월 1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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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 ‘아마존’과 인터넷 경매회사 ‘e베이’.

10년 전인 1995년 6월과 7월 미국 인터넷산업을 대표하는 두 회사가 나란히 탄생했다. 2000년대 초 인터넷 거품 붕괴 위기를 무사히 넘긴 이들은 올해 똑같이 만 10세 생일을 맞았다. 하지만 현재 위치는 너무나 다르다. e베이는 탄탄한 경영으로 월가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반면 아마존은 경영부진으로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인터넷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리서치는 올해 e베이 매출이 지난해보다 40∼5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아마존의 성장세는 10%에도 못 미칠 전망. 두 회사는 1998년 거의 같은 시기에 주식을 상장했지만 지금 시장 가치를 보면 e베이가 아마존의 3배를 넘는다. 뉴욕타임스는 10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쌍두마차로 e베이와 아마존이 꼽혔으나 아마존은 이제 마차에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이 떨어진 자리에는 인터넷 포털업체 ‘구글’이 대신 올라탔다.

e베이와 아마존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최고경영자(CEO)의 전문성이 꼽힌다.

e베이-아마존 비교
e베이아마존
설립 시기1995년 6월1995년 7월
CEO(취임연도)멕 휘트먼(98년)제프 베조스(95년)
시장가치(달러)465억142억
손익분기점 도달 시기1997년(설립 2년후)2003년(설립 8년후)
매출(달러)32억69억
순익(달러)7억 7800만5억 8800만
인수 및 지분투자 회사페이팔, 쇼핑닷컴, 크레이그스리스트페츠닷컴, 코즈모닷컴, 정글리, 억셉트닷컴
시장가치는 2005년 7월 8일 양사 주가 기준. 매출 및 순익은 2004년 기준. 자료: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

아마존 설립 후 CEO 자리를 10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제프 베조스 씨는 프린스턴대 컴퓨터 공학도 출신. 그는 기술적 선도력은 가지고 있으나 경영자적 자질에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베조스 회장은 1999년 전문경영인을 영입했으나 1년 만에 해고하고 자신이 다시 경영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

반면 e베이 설립자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피터 오미디아르 씨는 1998년 P&G, 디즈니 등 오프라인 대기업을 거친 전문경영인 멕 휘트먼 씨에게 일찌감치 CEO 자리를 내줬다.

두 회사 모두 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e베이는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에 중시한 M&A 전략을 펼치고 있는 반면 아마존은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로 ‘시너지(통합)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e베이가 경매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격비교 사이트(쇼핑닷컴), 지불대행 사이트(페이팔) 등을 사들이는 동안 아마존이 인수한 페츠닷컴, 코즈모닷컴, 정글리 등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또 다른 중요한 성패 요인은 이용자 커뮤니티 활성화. e베이는 고객의 의견을 접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발히 운영하는 동시에 지역별 회원회의와 연례총회와 같은 오프라인 네트워크도 탄탄하다. 반면 아마존은 전체 매출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서적, 음악, 비디오 등 3대 분야로 서비스를 집중하라는 고객의 요구를 무시하고 판매 분야를 무려 31개로 늘렸다가 경영난을 자초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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