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숲속의 언어마을’ 한국촌장 킹교수, 아내의 나라 방문

  • 입력 2005년 7월 1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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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태로는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만큼 세계에 알려지려면 100년 이상 걸릴지도 모릅니다. 해외 한국학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안목의 적극적인 투자가 시급합니다.”

14, 15일 열리는 고려대 ‘국제 한국학포럼’ 참석차 방한 중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UBC)대 한국학과 로스 킹(44·사진) 교수는 11일 유창한 한국말로 ‘대한민국’을 ‘우리’라고 말하면서도 해외 한국학의 현주소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킹 교수는 ‘숲 속의 호수’란 별칭을 가진 미국 미네소타 주 콘코디아 언어마을의 ‘한국어 마을’ 창시자. ‘촌장’이라 불리길 원하는 그는 예일대 시절 한국어와 인연을 맺은 뒤 25년째 한국어와 한국학을 연구해 온 대표적인 한국통 교수.

숲 속의 언어마을은 1961년 설립돼 미국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방학 동안 열리는 일종의 언어문화캠프.

킹 교수는 “한국어 마을은 미국 프리먼 재단의 지원으로 1999년 문을 열어 매년 100명 정도의 학생이 거쳐 갔다”면서 “올해는 다음 달 1∼27일 흑인학생 20명과 한국인 입양아 등 총 94명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어 마을의 현실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초기엔 문화관광부에서 어느 정도 지원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국제교류재단이 매년 지원하는 6000달러가 전부다. 중국과 일본이 매년 자국 언어마을을 위해 수백만 달러씩 쏟아 붓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

킹 교수는 ‘영어 마을’ 설립 붐과 한류 열풍에 휩싸인 한국사회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단기적인 안목의 영어 배우기와 아시아에 국한된 한류에만 관심이 집중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면서 “영어 마을 운영비의 10%만 지원해도 해외 한국학의 미래는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킹 교수는 한국어 마을 운영 외에 아내이자 동료인 UBC커뮤니케이션센터 학술부장인 김효신(46) 교수와 함께 한국문학 번역에도 열심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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