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한국의 결혼풍속도]<上>“이런 배우자를 원해요”

  • 입력 2005년 7월 1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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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연봉, 출신 고교, 종교.

본보가 결혼정보업체 ‘선우’ 회원 9462명을 서울시립대 이윤석(李允碩·도시사회학과) 교수와 함께 분석한 결과 결혼 적령기에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배우자를 고를 때 이 네 가지를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의 최종 학력보다는 출신 고교를, 연봉보다는 종교를 더 중요시하는 성향도 보였다. 젊은 세대에서 ‘동질혼’ 성향이 강함을 말해 주는 대목.

남자는 가계를 책임지고 여자는 자녀 교육을 맡는 전통적인 부부 간 역할 분담에 대한 인식이 신세대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끈다.

▽끼리끼리 결혼한다=이번 조사에서는 결혼 적령기 남녀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상대방의 출신 고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왔다.

자신과 같은 지역의 고교 출신을 배우자로 고르는 비율은 전체의 절반에 가까웠는데 지역별로는 영남(52.5%) 서울(46.3%) 호남(32.6%)의 순이었다.

서울 강남의 8학군 출신 남성이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한 사람을 배우자 또는 교제 대상자로 선택한 사례는 한 명도 없었다.

선우에서 커플 매니저로 9년째 일해 온 전선애(全善愛·여) 팀장은 “배우자의 출신 고교를 특정해서 원하지는 않지만 결혼하거나 교제 중인 커플을 보면 같은 지역의 고교 출신끼리 연결된 경우가 많아 남녀 간 만남을 주선할 때 참고한다”고 말했다.

종교가 상대방에게서 문화적 동질성을 확인하는 요소로 확인된 것도 특징.

기독교인 간의 성혼율이 65.9%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불교(20.8%) 천주교(14%)의 순이었다. 종교가 자연스럽게 주말 문화 또는 가족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모와 같은 종교를 가진 경우 기독교인 남성의 56.1%는 같은 기독교인과 사귀거나 결혼했다. 반면 가톨릭교도인 남성이 같은 신앙을 가진 여성과 사귀는 비율은 23.6%에 그쳤다.

불교도 남성이 불교도 여성과 만나는 사례는 전체의 17.9%로 더 낮아 배우자의 종교에 신경을 덜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의 이희길(李凞吉) 소장은 “중고교 시절에 형성된 가치관이나 습관을 성인이 된 이후에도 유지하려는 습성이 강해 같은 지역의 고교 출신이나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부장적 역할 분담도 여전=배우자로 가장 좋아하는 남성의 직업은 사무직(43.8%) 전문직(35%) 공무원(7.6%)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각각 4177만 원, 6265만 원, 3151만 원. 대체로 평균 연봉이 높은 직업이 인기가 좋았다.

전문직이 사무직보다 인기가 없는 이유는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여성 배우자의 직업은 교육직(35.6%) 사무직(26.8%) 전문직(21.7%) 순으로 인기가 있었다. 평균 연봉은 각각 2467만 원, 2779만 원, 3509만 원. 인기도와 연봉 액수가 일치하지 않는다.

동아대 박경숙(朴京淑·사회학과) 교수는 “남성은 집안의 재정을, 여성은 자녀 교육을 담당하는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족관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결혼 또는 교제 중인 회원의 연령을 보면 여성은 26∼29세가 47.8%로 가장 많았고, 남성은 34∼39세가 54%로 가장 많았다. 동갑끼리 사귀거나 결혼에 이른 회원은 0.2%(18명)로 100명 중 1명도 안 됐다.

교육 수준도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았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은 학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전체의 67%.

박 교수는 “우리 사회의 교육 중시 풍조가 고학력 사회를 부추기면서 남녀 모두 결혼적령기가 많이 늦춰지는 추세”라며 “저학력 남성과 고학력 여성은 배우자를 찾기가 상대적으로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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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중매→미팅 거쳐 ‘공개 물색’으로 세태 바뀌어▼

한국 사회에서 결혼 상대자를 구하는 방법은 어떻게 변해 왔을까.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부모나 친척의 소개로 이뤄졌다. 이것이 1970, 80년대 미팅과 소개팅을 거쳐 최근에는 기업형 결혼정보업체를 활용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특히 1990년대 초반부터 본격 등장한 결혼정보업체들은 우리 사회의 바뀐 결혼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더 이상 이상적인 조건의 배우자를 공개적으로 찾는 것이 속물적이거나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결혼정보업체는 1985년 ‘알트만’을 시작으로 1991년에 ‘선우’, 1995년에는 ‘듀오’가 문을 열었다. 보건복지부의 허가가 필요했던 결혼정보업체가 1994년 자유화되면서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현재 결혼정보회사는 1000여 곳, 시장은 1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결혼정보업체는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을 전후해 급성장한다. 이혼율이 급증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결혼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결혼정보업체를 찾아오는 여성들 사이에서 ‘취집(취직+시집)’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결혼정보업체와 함께 ‘짝짓기’ 통로의 대명사가 된 것은 인터넷상의 채팅이나 미팅 사이트다.

MSN 홈페이지의 ‘친구사귀기’를 클릭하면 전 세계 900만 명의 회원 수를 자랑하는 미국의 ‘매치 닷컴’ 한국판으로 연결된다. 야후나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사이트도 ‘데이트’나 ‘러브’와 같은 이름으로 회원의 사이버 구애를 돕는다.

또 인터넷상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미팅’도 젊은이의 새로운 이성교제 풍속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의 결혼과 연애를 상담해 주는 ‘결혼컨설턴트’ ‘데이트코치’라는 신종 직업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결혼정보업체나 온라인, 휴대전화를 이용한 만남의 부작용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무리한 회원 모집이나 신상정보의 노출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 여성들이 신상이 불확실한 남성을 온라인 등을 통해 만났을 경우 성폭행 등의 우려도 상존한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어떻게 조사했나▼

본보 취재팀은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을 계기로 한국의 결혼문화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결혼정보업체인 선우에서 회원 9462명의 자료를 제공받아 서울시립대 이윤석(李允碩·도시사회학과) 교수와 함께 신상정보를 분석했다(취재팀은 개인정보 노출 문제를 감안해 선우 측에 회원의 이름이나 집주소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선우 측도 그런 자료를 넘겨주지 않았다).

본보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회원 부부 또는 커플 간의 상관관계를 추출하기 위해 컴퓨터활용보도(CAR·Computer Assisted Reporting) 기법으로 표본 추출 및 변수 교차 분석을 했다.

이는 엑셀(Excel)과 스페이터(Spata)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체 회원과 특정 그룹 간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방식. 자료 분석 외에 최근 결혼한 서울 강남 8학군 또는 비8학군 출신 남녀 30여 명을 전화로 또는 직접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결혼관을 들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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